제발, 강아지 똥 좀 치웁시다.

by 도시락 한방현숙
제발, 우리들의 응가를 처리해 주세요. 죄송해요.
한낮 산책의 재미

모처럼 밤 아닌 낮에 강아지 ‘잡채’와 산책을 나갔다. 햇빛을 쬐이고 싶은 마음과 어둠을 대비한 이것저것 준비할 거리들이 귀찮아진 마음이 빚어낸 발길이었다. 중형견인 강아지 ‘잡채’의 덩치 때문에 어린이를 만나도, 또래 강아지를 만나도 늘 부담되는 마음이 앞서, 아예 인적이 드문 때를 택한 것이 습관이 되어 그동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해질녘이나 아니면 아예 한밤중 산책이 일상이었기에 약간 설레기까지 하였다.

다행히 추운 날씨 탓인지 사람이 없어, 낮인데도 강아지 ‘잡채’와 함께 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번쩍번쩍 발광하는 강아지 목걸이가 없어도 심심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강아지 ‘잡채’가 코를 박고 킁킁거릴 때마다, 일일이 불빛을 비추며 노심초사했기 때문에 플래시 없이 환하게 드러나는 산책길이 마냥 좋아 보였다.

한밤에 발광하는 강아지 ‘잡채’ 패션!

산책은 순조로웠다. 동네 아이들은 멀찍이 놀고 있었고, 만나는 강아지들도 얌전히 지나쳤다. 늘 다니던 산책길을 돌아, 오르지 못한 정자에도 올라가 보았다. 늘 다니던 길에서는 알알이 떨어진 산수유 열매를 보았고, 처음 오르는 정자에서는 아파트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언제나 만나면 달아나기 바쁜 고양이도 웬일인지 느긋하게 우리를 기다려줘 눈 맞춤까지 할 수 있었다. 삭막한 겨울이지만 의외로 초록 풀잎이 많은 것에 놀라고, 드문드문 떨어진 솔방울들은 자연을 선물하는 듯했다.

노즈워크하느라 정신 없는 강아지 ‘잡채’
길고양이가 빤히 쳐다본다. 인사한다.
길고양이가 화단을 지키고(보호) 있는 듯...
정자 구석구석 돌아보고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이렇게 자전거를 주차하다니...왜? 동네 산책의 재미다.
강아지 ‘잡채’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개똥이... 너무 많다.

가볍고 산뜻한 산책 덕분에 코로나 19로 인한 답답함이 조금은 사라질 정도로 고마운 시간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단 사이사이 선명하게 드러난 강아지 똥들로 인해 점점 치미는 부아를 견딜 수 없었다. 1시간 여 동안 확인한 강아지 똥들이 떨어진 솔방울만큼이나 많았다. 까닥하면 언제든 강아지 ‘잡채’가 밟을 것 같고, 코를 들이대다 닿을 것 같았다. 몸집이 작은 강아지부터 ‘잡채’만큼 큰 강아지까지, 아주 많은 강아지들의 배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강아지들이 바깥에 나오면 배변하는 것이야 뭐라 하겠는가! 다만 그 흔적은 절대 남기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당연히 함께 산책 나온 견주가 깨끗이 처리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내가 만난 수많은, 강아지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이들 중에 이렇게 똥을 치우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강아지를 대할 때의 얼굴로 그 강아지의 똥을 바라본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강아지를 키우는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반려견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편하고 싫었겠는가! (강아지만 보고도 욕을 하는 할머니들이 있는데, 그분이 여기저기 놓인 똥들을 보고 무슨 말을 쏟아냈을지 귀청이 울리는 것 같다.)

솔방울이 강아지 똥인줄...깜놀했다.
강아지와 함께 제대로 산책하라!
바람직한 강아지와의 산책은 강아지와 견주의 눈과 귀와 코가 함께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목줄로 이어진 둘의 발걸음이 같은 리듬을 타고, 같은 곳에 시선이 머물고, 같이 기다려주며,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교감하고 힐링하는 아름다운 산책이 강아지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강아지와 견주가 따로 가는 산책을 보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 강아지가 잠시라도 멈추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목줄을 끌며 가자고 재촉하는 견주
♡ 강아지의 발길을 통제하지 못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견주
♡ 강아지가 코를 들이대며 마음껏 킁킁거릴 틈을 주지 않는 견주
♡ 휴대전화에 코를 박고 있느라 강아지의 눈과 코가 어디를 향하는지 도무지 모르는 견주

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견주를 본 일이 있는데, 바로 강아지와 견주가 따로 산책하느라 강아지의 배변을 미처 보지 못한 경우였다. 강아지들의 배변은 순식간에 마무리된다. 강아지가 응가하기 전 보내는 시그널 자세를 놓친다면 금방 일을 끝내고 발길을 돌리는 강아지처럼 견주들도 아무 눈치 못 챈 채 지나치기 십상이다.

♡ 제발 우리 강아지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 아파트 화단을 강아지 똥밭으로 물들이지 마라.
♡ 반드시 배변봉투를 챙겨 집을 나서라, 만약 잊었다면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 수고를 아끼지 마라.
♡ 강아지는 반드시 밖에서 영역 표시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모른 척하지 마라!
♡ 우리 집 개가 싼 똥을 반드시 수거하여 집안까지 가지고 들어가라!
♡ 배변 수거한 후 슬쩍 분리 배출장에 버리지 말고 꼭 집안 변기통까지 가지고 들어가라!
♡ 제발 어디서든 강아지 똥을 밟거나 보지 않게 꽁꽁 숨겨 깨끗하게 처리하라!
반려인이여!
제발, 강아지 똥 좀 치웁시다.

사랑은 기쁨만을 동반하지 않는다. 궂은일을 치러내야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사랑이다. 하다못해 배변 수거에 드는 수고도 가지가지다. 거리낄 것 없는 보도블록이나 단단한 땅 위를 고르면 좋을 텐데, 강아지 ‘잡채’는 꼭 나뭇잎이 무성하게 쌓인 곳이나 수풀 위를 찾아 배변한다. 수거 시 나뭇가지를 골라내야 하고, 수풀 사이로 떨어진 것들을 찾아 뒤져야 하고 악취를 참아야 한다, 이 모든 수고로움을 강아지 ‘잡채’에 대한 사랑과 동반하는 것이 상식 아니겠는가?

♡ 나에게 소중하고 예쁜 강아지를 키우려면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라.
♡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를 안고 싶다면, 냄새나는 강아지 똥도 기꺼이 안고 들어가라.
♡ 강아지 똥은 아파트 관리인이 아닌, 견주가 치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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