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늘 먹는 거지만, 언제나 낯설다.

돌돌이 접은 돈다발과 송이송이 돈꽃송이!

by 도시락 한방현숙
세월을 받아들이고, 나이를 쌓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이 듦을 확인할 때가 있다. 이미 누가 봐도 나이는 들었는데 나의 마음가짐만 준비가 안 된 경우다. 아주 오래전, 서른이 넘어 아이가 둘인데도, '아줌마'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당황하기까지 하는 코미디를 연출한 적이 있으니... 세월을 받아들이고, 나이를 쌓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50대에게도 그 전 세대의 삶이, 80대에게도 청춘의 삶이 당연히 있었을 텐데, 마치 처음부터 우리 엄마로, 할머니로 태어난 줄 착각하며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을 보낸 듯하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나를 보면 그렇겠지,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줄, 엄마는 처음부터 어른인 줄...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는 동안 나도 따라 중년이 되며 이제는 같은 어른으로 만날 때가 많다.

나이는 늘 먹는 거지만, 언제나 새롭다. 때론 충격적이기도 하다. 내년에 환갑을 맞이하는 남편의 나이보다 내 자식이 서른이 된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첫째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감회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곧 서른 즈음이라니(첫째가 유치원 가방 메고 현관에서 인사할 때의 뭉클함도 아직 또렸한데...) 정말 시간은 금이고, 세월은 화살같이 달리고, 인생은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너무나도 찰나의 순간들이 점점이 인생인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며 나도 성장하고, 아이들에게 배우며 점점 늙어간다. 80대 노 시부모님을 보며 짠한 마음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20대 아이들을 보며 대견한 마음으로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나는 곧 부모님의 모습이 될 것이고, 아이들은 또 나의 모습을 따를 것이다. 사실 두렵다. 설레는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으로 나에게 올 나이를, 세월을 짐작해 본다.

돈다발과 돈꽃송이 선물이 나이를 드러내 주었다.

지난 추석과 설날에 아이들로 받은 명절 선물은 예기치 못한 기쁨의 깜짝 선물이었지만, 나의 나이를 일깨워줄 만한 특별 선물이기도 했다. 으른(어른)이나 받을 법한 선물이 나에게도 온 것이다.

돌돌이 접은 돈다발과 송이송이 돈꽃송이라니... 생일도 아닌데 명절이라고 챙기는 아이들 마음이 기특했고, 생각지도 못한 웃음 터트리게 해 준 아이들의 재치가 고마웠다.

아이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보란 듯이 안방 벽에 걸어 며칠 전시했었는데, 볼 때마다 새삼 내 나이를 느꼈다. 아, 이제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 아이들이 용돈이 아닌, 월급을 받아 명절을 잘 쇠라고 엄마 생각도 할 줄 아는 성인이 되었구나. 그리고 그만큼 나는 늙었구나!

나이는 늘 먹는 거지만, 언제나 낯설다

아무 준비 없이 청소년기를 맞이하고, 정신없이 청년기를 마무리한 것에 비해 중년은 매우 천천히, 아주 깊숙이 스며든다. 주위를 살피고 나를 돌아보고, 부모님을 떠올리고 자식들을 다시 보며 중년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때론 가라앉고 침울하기도 하고 변해가는 모습에 많이 당황하기도 한다.

단풍잎을 곱게 물들이는 것만큼 이파리를 품위 있게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낙화보다 낙엽이라는 말에 슬픔과 무상함이 동반하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저물고 싶다. 주위를 조금씩 물들이는 노을처럼 아이들에게 은은한 어른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최소한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모습은 되지 말자 되뇌면서도 나이에 갇혀 실언과 실수를 일삼기도 한다.

두려움과 설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몸은 점점 늙어갈 것이고 언젠가는 아이들의 도움이 절실할 시기도 이미 출발선을 떠나 나에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또 지금을 얼마나 부러운 청춘으로 기억할 것인가! 지금이 가장 젊을 때, 지금이 가장 어릴 때임을 뼈 절이게 느끼겠지. 성인이 된 아이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고, 막힘없이 배우며 늙음으로 가자. 옹색하게 모양 빠지는 늙음은 절대 사절하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서른 즈음을 들으며 화들짝 탄식하던 장면이 때마다 찾아와 나를 철들게 할 줄은... 미처 몰랐다. 쉰 즈음, 예순 즈음... 아! 인생이여~~
언제나 무성할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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