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샵을 다녀온 후!

손톱만이 아니라 내 마음에도 고운 색깔 입히고파!

by 도시락 한방현숙

동네 상가에 한 집 걸러 네일아트 샵이 들어서도 그런가 보다 했다. 고운 색채가 딸들의 손톱 위에서 자주 반짝거려도 무심한 감탄만 나왔었다.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불편하고, 덧칠한 매니큐어가 답답한 사람이라 내 손톱은 늘 짧았었는데, 지금 생애 최고로 긴 손톱을 가지고 있다. 손톱마다 반짝이에 작은 리본까지 얹은 채로. 그러나,

♡ 머리를 감을 때 긴 손톱으로 머리카락을 꽉 쥐어짤 수가 없다.
♡ 세수할 때 귓속을 세심히 닦기가 어려웠다.
♡ 컴퓨터 키보드 자판이 제대로 눌러지지 않아 오타 전송이 많다.
♡ 모처럼 바느질하는 날, 실매듭을 감기가 어려웠다.
♡ 바닥에 떨어진 핀 같은 것을 제대로 집을 수 없었다.
♡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날, 렌즈를 빼기가 정말 힘들었다.
♡ 목걸이 고리를 채우기 힘들었다.
♡ 원피스에 달린 고리로 된 단추를 채우기 어려웠다.
♡ 손톱 끝의 감각이 무뎌 어디를 긁더라도 시원하지 않았다.
♡ 집안일, 특히 설거지할 때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 현관 비번이 손톱으로 잘못 눌러져 다시 숫자를 눌러야 했다.

평상시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불편을 늘어놓고 있지만, 손과 손가락이 예쁘다는 사실, 손톱에 반해 자꾸 바라보며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반지라도 낄 때면 더 길고, 더 고운 손이 되는 것 같아 일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기분이 좋아졌다.(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마다할 이가 있겠는가!)


지난 2월, 몹시 추운 어느 날, 막내가 나를 네일 샵으로 안내했다. 알바비를 받아 벼르고 별러 엄마에게 선물을 한다니 눈물이 앞을 가려 마다할 수 없었다. 처음 가보는 신세계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는데, 막내는 너무 저렴한 곳을 예약했다며 다음에는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다음 네일도 예약을 한다 하니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한 달 반이 흘러 이리 손톱이 자랐으니 내 손톱을 마음대로 자르지도 못하고 그저 감상 중이다. 손톱을 길게 기르고 모양만 내고 있으면 좋으련만, 살림을 해야 하는 주부로, 요리를 해야 하는 엄마로서는 불편했다. 아마 처음 해보는 네일 치장이라 더 그랬을지 모른다.


동네 장보기에 나선 길에 마주한 네일 샵들이 새롭게 보였다. 지난번 방문한 곳과 비교도 해 보고, 매장 분위기는 어떤지 흘깃 들여다 보기도 한다. 나와는 상관없다 생각한 곳이 내 눈 안으로 들어오니 특별한 곳이 되었다. 인생사 장담할 일이 하나도 없다더니 정말 맞는 말이다.

젤 네일을 하고 있는 한 달 동안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가끔 빨간 색깔 매니큐어라도 발라드리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맡기던 엄마도 생각났다. 고생을 많이 한 엄마 손은 투박한 삶의 손이었지만 그 고운 손가락에 젤 네일 얹어 드리고픈 마음이 일었다. 딸들이 나를 생각하듯, 나도 엄마를 생각한다.

생애 최초 네일 샵을 다녀온 후, 저렴하게 후다닥! 서툴다.
딸들의 손톱을 선입견 없이 본다.

관리 기간을 한참 넘긴 내 손톱을 보고 누군가는 개구리 손톱 같다며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예뻐 보인다. 요 자그마한 것이 꽤 괜찮은 생활의 기쁨을 줄 줄이야~~

나는 됐다, 손사래 치지 말고 아이들의 제안과 권유를 쉽게 받아들이는 엄마 모습을 가지고 싶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뒤로하고 아이들과 많은 것을 함께 하며 나이 들고 싶다.

변해가는 바깥세상의 신문물(내게는...)을 딸들이 요즘 부지런히 물어다 주고 있다. 요즘 카페 이야기, 이슈가 되는 영화 이야기, 변해가는 세상 이야기, 청춘들의 고민과 유행 등등, 결혼, 출산, 육아 이야기까지. 의아한 표정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아이들 세상은 분명 발전하고 있고 세련(평등, 배려, 존중 등)된 바탕 위에 있었다. 부지런히 눈 돌려 '트렌드 인지(認知) 감수성'이 민감한 중년이 되고 싶다. 고수해 오던 것들을 고수하고자 애쓰지만 말고 가끔씩 그것들의 의미를 따져봐야겠다. 나이 따라 굳어진 생각과 고인 마음에도 찬란한 빛이 돌도록 네일 아트를 좀 입혀야겠다.(ㅎㅎ 조금이라도 말랑해지고 예뻐지지 않을까?) 이 봄 이왕이면 화사한 봄맞이 색깔을 골라야겠다.

오늘(4/7) 두 번째 네일 치장, 글 조회수가 현재 6,000을 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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