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UX기획자
고객은 뭘 보고 구매를 하나요?
쇼핑몰에서 고객들은 대체 뭘 보고 살지말지를 판단할까?
얼마 전에 회사에서 젊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평소 물건을 살 때 어떤 방식으로 구매를 하는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다.
네이버에서 품목 검색 - 파워쇼핑 상품 보다가 - 더보기하여 상품 더 검색 -브랜드제품일 경우 가격비교 재검색 - 가격비교하단 상품평 참고- 최저가로 구매
인스타에서 우연히 발견 - 옷인 경우 해시태그로 착용샷 검색 , 전자기기의 경우 블로그등 장품의 후기 검색 - 원하는 모델 선정 후 가격비교 재검색 - 상품상세 꼼꼼히 조회 - 최저가 구매
유명 의류 단독 쇼핑몰 접속 - 스타일을 보고 상품 선택 - 모델 사이즈와 상품평 정보를 보며 판단, 의문나는 점 Q&A에 남김 - 네이버Pay 또는 자체결제
품목과 상황에 따라 순서는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표본조사가 넓었던 정식 조사가 아니라 그냥 우리끼리 떠들어본 거였기 때문에 얼마나 정확도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면 어느 정도는 의미있는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내가 연재중인 이커머스의 역사를 통해 현재만의 유행이 아니라 완전히 자리잡은 패턴임을 알 수 있다.
즉 온라인의 '타인의 말'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제를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https://brunch.co.kr/@windydog/22
그렇다면 쇼핑몰은 쇼핑몰 상의 고객들의 '말'을 어떻게 관리하고 드러내야할까?
전에 다른 글에서 쇼핑몰의 첫인상이 메인이 아니라 결국은 상품상세임을 설명했던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windydog/2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는 쇼핑몰에 멀티입접 되어있기에 지금까지는 소싱 단가 싸움이었다.
그러나 최저가 경쟁이 심해질수록 고객들에게 가격으로 큰 차별화 요소를 주기는 더 힘들어졌다.
게다가 고객이 다양한 경로와 가격비교를 통해 이미 상품에 대해 판단을 하고 우리 쇼핑몰에 들어왔다면 이미 가격적인 부분이나 상품의 질에 대한 고민은 끝이 났다고 봐야한다.
이제 결제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은 오로지 쇼핑몰의 서비스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타인의 말'은 큰 힘을 발휘한다.
판매자가 동일하게 '복붙'해놓은 상품상세정보보다도 '상품평'과 'Q&A'는 기성품이 아닌 현재 접속중인 쇼핑몰의 서비스 수준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가격비교 패턴이 낮은 아마존에서도 동일상품간 경쟁에서 '타인의 말'은 중요하게 다룬다. 상품평과 Q&A 의 중요성을 반증이라도 하듯 '돈을 받고 상품평작성 전면 금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2015년에는 아예 백여명의 가짜 상품평 작성자들을 찾아서 고소하기도 했다.
http://m.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79
상황이 이렇다보니 쇼핑몰들은 이 두가지에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더해 더 효과적이고 더 가치있는 영역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상품평을 잘 보여주고 싶은 쇼핑몰
이런 이야기는 사실 하도 들어서 너무나 상식적이 되었고 이 두가지의 노출은 UI기획에서는 아주 소중한 정보가 되고 있다.
서비스적으로도 좀 더 쉽게 좀 더 의미있게 이 두 정보를 나타내려는 노력이 계속 되어왔다.
몇가지 국내외 사례들을 보면서 특이점들을 살펴볼까한다.
상품평은 구매자만! Q&A는 아무나!
요즘은 상품평은 구매후기라는 개념이 강해져서 거의 없지만 과거 상품평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때는 구매하지 않고도 상품평을 쓰는 경우도 많았다.
구매하지도 않은 사람의 댓글은 고객들이 알고싶어하는 정보와 부합되지 않았고 초창기 많이 하게 된 것은 구매자를 색출해주는 수준이었다.
위의 캡쳐는 위메프의 문의 페이지다. 과거 딜위주의 소셜커머스 초창기에는 구매후기를 남길만큼 상품이 유지되지 않는 판매 구조였기 때문에 상품평과 상품 문의가 동시에 한 게시판에 존재했었다. 작성자의 '실제 구매여부' 정도만 표시해줬다.
(지금은 위메프도 상품평을 별도로 만들었다)
점차 두개의 '타인의 말'은 구매자가 발송후에 작성하는 상품평과 구매전에 문의하는 문의게시판으로 아이덴티티를 잡아갔다.
그래서 이 상품평의 대상은 뭔데 ?
상품의 옵션이 많아지면서 상품평에서 서비스 정보를 얻어내기 쉽도록 상품평 작성자의 구매정보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뭘 샀고 어떻게 왔는지 눈에 보이는 포토상품평을 더 우대해서 위쪽에 노출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옵션별로 상품평을 추려서 볼 수 있게됐다.
유용한 상품평을 고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그런데 가끔 상품평을 보다보면 Q&A에나 가야할 글들이 있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발송이라고 되어있는데 언제오나요?'
이런 질문들은 개수에 비해 유용하지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 스토어팜의 경우 발송완료 이후에 '구매확정'단계를 별도로 두었다.
물건을 완전히 수령해서 구매확정을 하고 나서야 상품평 작성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상품평과 프리미엄 상품평을 구분하여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프리미엄 상품평은 일반상품평을 이미 작성한 후에 최소 제한자수 이상의 길이로 길게 작성해야하는 상품평이다. 사진 첨부도 가능하다.
길이가 길다는 것은 아무래도 손이 더 가고 더 많은 '타인의 말'을 끌어낼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히 의미없는 문장을 걸러낼 수 없고 글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고객은 쓰지 않는 부작용을 벗어날 수 없었다.
고객의 눈으로 평가되는 좋은 상품평과 Q&A
초창기 베스트 상품평은 수기로 판매자가 선정해서 상위노출 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GSshop의 BEST상품평도 내부 로직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외관상으로 봐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고객에게 주는 신뢰도도 비교적 낮다.
반면 이에 대안 보완책으로 고객들이 직접 상위 베스트를 뽑는 상품평 추천제나 조회수를 표시해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쿠팡은 아마존 스타일의 '도움이 돼요'로 소구하고 11번가는 좋아요 따봉버튼을 사용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기능을 한다.
글 쓰기가 싫다면 이거라도
상품평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 써야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다음번 구매자가 원하는 정보만 쏙쏙 골라서 적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이렇다.
'아직 사용은 안해봤지만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쓰던 것 싸게 샀네요'
'잘 받았어요 열자열자열자'
이런 문제를 타개하려고 쉽게 클릭클릭으로 딱지를 붙이게 하는 방식도 있다.
상품군별로 미리 궁금해할만한 질문을 설정해놓고 통계치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쓰지는 않고 읽기만 한다?
타인의 말은 소비에 가장 큰 요소지만 기획자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다다르게 된다.
그래서 누가 의미있는 글을 굳이 쇼핑몰에 쓸까하는 의문이다.
국내 쇼핑몰들이 주로 상품평을 벤치마킹 하는 아마존과 타오바오의 경우 상품평이 정말 길다.
외국어라서 더 길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아니라면 여긴 확실히 길다.
중국같은 경우는 쇼핑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앱에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 되고 있고 아마존의 경우 가격비교보다 애초에 아마존 프라임을 사용하는 고정사용자들의 플랫폼을 지향해왔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즉 국내의 많은 쇼핑몰들이 UI를 쉽게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왜 굳이 쇼핑몰에서 커뮤니티를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의 답을 찾아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능적인 익숙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 다르다. 아무리 쇼핑몰 상품폄에 익숙해진다고 해도 블로그나 SNS와 상대가 되질 않는다.
평소 길게 글을 남기던 블로그의 편리한 에디터와 나만의 공간 나만의 URL이 있는데 굳이 여러개의 쇼핑몰에 자신의 흔적을 뿌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누구나 파워블로그 타이틀과 일평균 방문자수에 집착하는 문화권이라면 컨텐츠는 당연히 자신위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쇼핑몰을 위해 나눠줄 이유가 없다.
즉 읽는 건 좋아하기에 결국 내부 상품평보다 포털 검색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상식은 쇼핑몰 내의 상품평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의미없는 문장이나 자신의 정보를 여전히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대안을 찾아서
아예 외부 후기들을 보여주자
11번가는 이런 사용자들의 특성을 반영해서 네이버에 올라온 블로그들을 검색해서 보여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차피 네이버는 블로그 검색 API를 제공하기 때문에 구축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트래픽이 아웃되는 현상이다. 새창으로 띄우는 PC에서야 멀티 윈도우 사용이 자연스러워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지만 앱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에서 트래픽 아웃은 곧 앱 아웃이 되어버린다. 그때문인지 11번가에서도 모바일에서는 노출 시키지 않고 있다.
외부 SNS의 신디케이트 노출 방식은 어떨까
최근 네이버나 브런치등 저작 에디터에서는 URL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링크와 미리보기를 잡아주는 신디케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글의 위에 삽입된 다른 글로의 링크도 같은 방식으로 삽입됐다.
상품평작성 영역에서 귀찮게 글을 쓰게 하지 말고 다른 곳의 쓴 글을 담아오거나 오픈Api를 통해 검색해와서 링크를 하게 하고 내부웹뷰 레이어로 링크를 열어준다면 좀 더 양질의 내용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부수입의 판을 깔아주자
아마존에서 인수한 8TV는 아예 판을 깔아준 사례다. 그냥 쓰는 걸로만 지친 고객들에게 쇼호스트의 기회를 준다.
구매후기로 짧은 동영상으로 소개를 올리고 누가 이걸 통해 또 구매를 하면 캐시백을 받는 형태다. 등록자에게도 부수입이 생기니 부정적 상품평이나 질이 낮은 상품평도 낮아질 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접목한 좋은 사례다.
짧은 상품평간 상호작용을 강화해보자
소매품보다는 품목 종류가 좀 소프트웨어에 가깝지만 상품평 커뮤니티로 좋은 예도 있다.
바로 Product Hunt다.
프로덕트 헌트는 뽐뿌와는 좀 다르다. 뽐뿌가 단순히 값이 싼 상품을 링크한다면 여기는 짧은 글로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 사용자들간의 상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어떤 때는 제작자까지도 제품에 대한 토론에 참여해서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리고 조용히 상품 구매링크를 제공한다.
기존 Q&A와 상품평이 서로 엉켜서 커다란 '타인의 말' 덩어리를 탄생시켜준다. 이런 형태는 상품상세 아래에서 부속품으로 있는게 아니라 아예 따로 떨어져 있음으로써 가치를 가진다.
자유롭게 놀다가 구매하는 구조가 생겨나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 희망의 단서
이상은 언제나 좋은 커뮤니티지만 현실은 임직원 몇명만 쓰고마는 커뮤니티가 되는 일은 너무나 많다.
사실 쇼핑몰 기획자로서 중요성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고객의 입장이 되면 나 역시도 왜 수많은 쇼핑몰에 내 정보를 뿌려놔야 되는지에 대해서 당위성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바로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 점차 성장한다는 점이다.
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이 세대가 벌써 세계 인터넷 쇼핑시장의 30%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이 세대는 SNS세대라고 불릴 만큼 보여주기식 SNS에 익숙하고 특히나 쇼핑 구매에 대해서 노출하는 것에 스스름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만 상품평 판을 짤 수만 있다면 상품평의 본질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밀레니얼 세대의 한명으로 개인적으로는 밀레니엘 세대의 특징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아래의 키워드들이라고 생각한다.
보여주기식 과시욕구
병맛코드 - 사회 풍자 및 희화화
카드뉴스 등의 정제된 양식의 이미지화된 정보를 선호
내 모든 글이 그랬듯이.. 어떤 해결책이 옳다고 말하기는 나도 정말 고민 중이다.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너무나도 낯선 '친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병맛스러운' 이 형태를 근엄한 대형 쇼핑몰들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에 대한 링크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도 우리 커머스 기획자들 화이팅..ㅎ
http://blog.daum.net/hawkeye99/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