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와 추천 서비스, 쇼핑몰 기획자의 이야기
이ㅇㅇ고객님 이런 상품은 어떠세요?
언젠가부터 쇼핑몰들이 자꾸 이름을 부른다. 휙휙 정신없이 스크롤을 내리다가도 내 이름을 부르면 잠시 시선이 사로잡힌다. 꼭 이름이 아니라도 '당신'이든 '고객님'이든 'you'든 뭐가 됐든 직접 불러낸다. 내용은 뭐 역시나 호객행위다. 상품을 추천해준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쇼핑몰내에서 '사적인 공간'으로 지정된 마이페이지가 아닌 여러 영역에서 나를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 이름뿐아니라 나에 대해 꿰뚫어보고 있다. 나를 스토킹한 것 같다.
맞다. 개인화영역이다.
오늘은 보통의 쇼핑몰에서 개인화 추천영역에 대해 서비스 기획 관점에서 했던 고민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용어들의 개념과 정의
'개인화personalization '와 '커스토마이징customising'
그리고 '추천curation'
어느 순간 여기저기 기획미팅을 하다보면 개인화와 커스토마이징, 추천의 아이덴티티가 분명 다름에도 뒤섞여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당연히 판매에 목적이 있다보니 물건을 보여주는 것에 치중해가고 있다보니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보여주는 것'으로 퉁쳐버리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개인화든 커스토마이징이든 개개인의 사용자를 고려한 플렉서블한 UI 또는 서비스를 보장한다. 단지 플렉서블함의 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뉠 뿐이다.
고객이 직접 UI나 서비스를 세팅하는 요구에 따라 수동적인 커스토마이징Customizing과 고객이 어떤 요구나 세팅을 하지 않아도 고객에 대한 상태와 분석을 통해 알아서 맞춰주는 자동적인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은 작동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화와 커스토마이징이 하나의 영역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쌍둥이처럼 닮은 이 두 회사의 페이지는 공통적으로 성별로 탭을 구분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개인화와 커스토마이징이 동시에 가능하다.
개인화 : 초기 접속시 성별로 디폴트 탭을 잡아준다.
커스토마이징 : 초기 노출탭을 추가 설정하거나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탭을 고정시켜준다.
그리고 이런 식의 UX를 설계하는 경우가 너무나 당연해지다보니 개인화와 커스토마이징은 더더욱 혼동되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추천에 대한 영역도 변화 무쌍하다. 컨텐츠는 어찌됐든 큐레이션되서 추천 전시가 된다. 다만 추천된 대상, 범위, 추천로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시 위의 캡쳐를 다시 한번 보고 내려오자.
추천 대상 : 상품, 기획전, 카테고리
추천 범위 : 전상품, 수동 등록된 상품,
추천 로직 : 고정대상 추천, 대상중 자동로직 선별 추천
이러한 구성요소들의 여러조합이 다양한 개인화 영역을 꽉 채운다.
데이터 수준에 따른 개인화 영역
대부분 비슷비슷한 모양을 가졌다고해도 접근가능한 데이터의 수준에 따라 개인화 추천 퀄리티는 천차만별이 된다.
데이터 수준1 : 고객이 저장한 데이터
가장 쉬운 수준의 개인화에 활용가능한 데이터는 고객이 직접적으로 저장한 데이터는 위시리스트와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 데이터다.
물론 주문내역도 데이터 활용은 가능하지만 이미 구매해 버린 상품을 단시간에 재구매하진 않는다. 게다가 이미 잘 산다고 샀는데 가격마저 더 할인되어 있다면 고객은 합리적 소비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단순히 주문했던 상품을 노출하는 것은 아예 제외하는 게 나은 것이다.
초창기 개인화 영역은 이렇게 고객이 만들어준 데이터를 전시영역 어딘가에서 다시 보여주는 영역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에 남아 있던 상품이 정말 고객에게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장바구니에서 상품을 비교해본 후 이미 그 중에 하나를 구매를 했다면 장바구니에 있는 상품은 구매가 일어나지 않을 잔챙이일 뿐이라서 의미가 덜하고, 위시리스트에 담은 상품이 정말 'wish'에 그치는 구매의사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살 계획은 없는 상품이라면 이 또한 구매전환율에는 도움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장바구니와 위시리스트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도 사실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기획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해온 고민인데, 따로 글로 쓴 적도 있다.(아래 링크 참고).
https://brunch.co.kr/@windydog/3
데이터수준 2 : 성별, 연령
마케팅에 있어서 타겟팅의 효시는 아무래도 인류학적 분석이었다. 성별과 연령대로 타겟팅하는 것은 오랜 습관이었기 때문에 회원정보에 남아있는 성별과 연령으로 타겟팅을 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UI적으로도 노출하기가 굉장히 쉽고 설명하기 쉬운 방법중 하나였다. 물론 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로직에 따라서 일부 노출되는 컨텐츠는 바뀌기는 했다.
추천로직 1 : 고정 내역 노출 - MD가 성별, 연령대별로 상품 등록
추천로직 2 : 자동 내역 노출 - 기존 판매랭킹 데이터를 구매자 정보를 기준으로 구분하여 자동 생성
하지만 이 정보는 '온라인상의 개인 정보보호'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사용 불가능한 로직이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에서 회원내의 성별, 연령 등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기 시작했고, 신규 회원일 경우 더더욱 이런 정보가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때문에 앞으로 점점 거르기 힘들어지면서 사용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다.
데이터수준3 : 쿠키 기반 데이터
고정화된 데이터로 힘들다고 느낀 쇼핑몰 기획쟁이들은 처음으로 '행동분석'하려고 시도 한다. 바로 '최근 본 상품'이다.
엥? 이게 무슨 개인화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객이 의도적으로 저장하지 않은 정보를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쿠키'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쿠키
특정 웹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만들어지는 정보를 담는 파일. 방문 기록, 비밀번호 따위를 기록하였다가 다음에 방문할 때 되살린다.
쿠키안에는 적절한 형태로 임의의 데이터도 기록할 수 있는데 쿠키 제한 용량내에서 어떠한 데이터도 저장이 가능하다. 최근 본 상품의 경우는 상품코드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하고 해당영역에서 이 쿠키를 조회해서 봤던 상품을 다시 보게 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도 웹영역은 쿠키 사용이 가능하고 네이티브 앱영역도 유사한 기능을 하는 디바이스의 로컬스토리지를 활용하여 기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의 경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데이터 휘발성'이다. 쿠키나 로컬스토리지 데이터는 여러개의 디바이스를 통해 접속할 경우 디바이스별로 데이터가 다 다르게 나타나서 고객 연속성이 떨어진다. 지금처럼 멀티 디바이스 사용이 많을 경우 서비스의 최상의 기대치를 맞출 수가 없다.
또한 이런 데이터 자체를 쌓지 못하게 할 경우에는 아예 시도가 불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에 민감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모바일에서 쿠키나 로컬스토리지 접근을 차단하는 옵션이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방법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SSG의 경우는 별도의 DB에 최근 히스토리를 담아두기도 한다.
데이터수준4 : 연관상품 분석 데이터
이 데이터가 바로 일반적으로 우리가 개인화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일 것이다. 주문, 조회, 검색 등의 행동로그를 분석하여 상품간 유사성과 연관성을 분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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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영역을 본 적이 많을 것이다. 내재화 개발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국내의 대부분의 쇼핑몰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인화 추천 솔루션'을 사용해서 유사한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로그데이터를 정제해서 분석하고 전환율을 높이기위한 부분은 노하우고 각 솔루션 회사의 핵심노하우기 때문에 업체는 레퍼런스와 기능을 꼼꼼이 분석하여 선택해야한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넷스루와 레코벨을 둘 다 반영시켜보았는데 쇼핑몰의 입장에의 개발 방식은 유사했다. 데이터 생성은 상품페이지와 구매 페이지에 솔루션회사로 보낼 스크립트나 sdk를 사용해서 고객 활동 로그를 보내준다. 그리고 개인화 노출 영역에서 솔루션에 호출하여 약속된 시나리오를 통해 산출된 상품코드나 기획전코드 등 추천항목 결과값을 전달받아서 뿌려준다.
때에 따라서 커스터마이징을 요청하면 동일하게 추천가능한 상품 중에서 단가가 좀 높거나 카테고리를 제한해서 해줄 수도 있다.
물론 데이터 정합성의 문제는 있다. 예전에 신규사이트에 개인화 솔루션을 이용하여 '함께 구매한 상품'을 작업했던 적이 있는데 아주 재미있는 결과를 봐야했다. 그 당시 그랜드 오픈 전에 내부오픈 후 많은 테스트가 있었는데 그 때 유일한 20대였던 내가 계속 식료품과 콧수염모양 장난감을 함께 장바구니에 담았다. 관련성이 전혀 없지만 테스트 용이성 때문에 계속 쓰던 상품으로 테스트를 했던 것. 결국 그랜드오픈 후에도 그 데이터는 함께 구매한 상품으로 고정되어 노출됐고 이 개인화 데이타가 변경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 기간동안 그 영역을 본 고객들은 개인화 영역 자체에 대한 엄청난 불신을 갖게 된 후였겠지만!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고객관심사의 문제였다. 아마존은 지금도 한번 보거나 구매한 상품들을 기준으로 유사한 상품을 추출하여 메인에 도배하듯 전시하고 있다. 이미 관심이 없어지거나 이미 구매한 상품과 유사한 상품으로 도배가 된다면 의미가 있을까? 책이라면 보통 관심사가 의미있을 수 있지만 가끔 구매하는 것은 그렇지만도 않다.
데이터수준5: 로그의 실시간 분석
로그란 컴퓨터의 처리 내용이나 이용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것, 혹은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옛날 물건을 파는 것에만 주목했을 때에는 굳이 그 많은 로그 정보를 쌓아둘 필요는 없었다. 게임과 같은 산업은 유저의 사용정보에 대한 실시간 기록이 필요했기에 이 로그 사용이 많았지만 초창기 쇼핑몰은 보여주고 팔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 고객의 행동분석에 따른 개인화 데이터 생성이 효과를 보이면서 고객의 행동분석에 더 많이 주목하게 됐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기조에서 완전한 실시간 로그분석하에 이루어지는 EBM(event based marketing)이 등장했다.
데이터수준4에서도 물론 로그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상품조회나 결제와 같은 일부의 로그만을 수집하고 있었고 데이터 수집 및 가공 기준이 1일정도 소요됐다. 그러나 EBM은 실시간 로그분석을 통해 상품 또는 무언가를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시나리오'는 수동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EBM 시스템에 '어떤 고객이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을 3개 이상 조회한다면 카테고리 BEST상품리스트 페이지의 링크를 팝업으로 띄운다' 라는 시나리오를 등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실시간 로그 분석 시스템은 고객의 로그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면 미리 저장된 대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정말 효과적인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추측만으로는 만들 수 없고 쓸데없는 시나리오가 많다면 오히려 사용자 경험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많은 테스트 끝에 경험적으로 만들 수 있기에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적용중인 GS에서도 1~2개의 시나리오만을 시범적으로 운영중이라고 들었다. 물론 실제 시나리오가 어떤 건지 내용은 알 수가 없다.
미래의 개인화 추천
사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보통의 쇼핑몰들의 고민 수준이다. 개인화는 고객을 분석하는 데이터의 수준이 깊고 분석할 데이터가 많을수록 다양하게 발전되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인화 영역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줄 '알고리즘'은 결국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의 기획자라고 해도 모든 데이터가 보여주는 완벽한 알고리즘을 분석해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은 추측하고 테스트하고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또 테스트 하는 것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 고객에게 테스트할 수밖에 없는 영역의 특성상 개인화 추천영역은 오히려 짜증나고 귀찮은 영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요즘 이러한 대안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단연 AI인공지능이다.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되면서 AI가 데이터 전체를 보고 기획자 대신 알고리즘을 뽑아내줄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EBM 시스템과 빅데이터 그리고 AI의 삼위일체가 잘 갖추어진다면 개인화 추천은 단순히 추천을 넘어 비서이자 라이프플래너이가 가이드가 될 지도 모른다.
미래의 개인화 환경에서 기획자는?
기획자의 역할은 변화해야 한다. 기존에는 알고리즘과 추천 UI를 만드는데 노력해왔다면 이제 이런 부분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게 될 것 같다. 사실 이건 나는 나중에 무엇을 해야할것인가에 대한 아주 실질적인 고민이다.
결국 기획자는 우리 쇼핑몰 전체의 완성도와 전략적인 방향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매니저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은 기획자 마음처럼 움직이지는 않을 수 있고 무조건 고객에게 맞추는 것은 자칫 서비스의 기본이 흔들릴 수도 있일 것이다. 자동으로 굴러가는 영역이 많아질수록 기획자가 오히려 무시해야한 데이터와 더 집중해서 봐야할 고객들을 짚어줘야 인공지능이 목적하는 바대로 사이트를 움직여 주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고민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았다. 간단히 기술했지만 미래의 개인화와 추천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미래 쇼핑몰의 핵심 원천 기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워서 자세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나와 같은 보통의 쇼핑몰 UX기획자라면 이 개인화 영역의 가능성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빨리 적용하고 겪어가며 기획자의 경험을 늘리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