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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나 (김은주)
아주 보통의 하루는 점심이다. 즉 마음에 점을 찍는 행위인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미미하며 지극히 평범함이다. 그 점은 모여서 선이 되어 아프게 찌르기도 하고 같은 거리에 모여서 원을 만들어 둥글둥글 굴러다니기도 한다. 이는 1년, 10년 때로는 그 사람의 생이 마감할 때에 나타난다.
점심은 하루의 중심에 위치한다. 즉 중요성과 여유로움이 공존한다. 이는 곧 하루하루가 모두 중요하며 점심시간의 짤막한 잠 한토막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도 내포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 점은 실재한다. 또한 그것을 잘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게 있어 그 점은 기도이다. 다행히도 내가 가진 종교인 가톨릭은 기도의 종류가 참으로 많다. 아마도 내가 아는 기도는 그야말로 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침 저녁기도를 필두로 해서 삼종기도와 식사전후기도와 자비기도, 호칭기도와 묵주기도, 15기도 등 하다보면 한 두 시간은 금세 지나가 버린다. 이것을 해야 하루를 채운 것 같고 비로소 할 일을 한 듯하다. 비록 보기에는 쓸데없는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다. 하지만 남의 눈은 그리 중요치 않다. 내 인생 내가 사는 것이니까. 이것이 난 좋으니까.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니까.
논나, 김은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