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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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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Dec 25. 2024

[도을단상] 아이들 자리에 부모님을 앉히고

크리스마스 저녁의 풍경

[도을단상] 아이들 자리에 부모님 앉히고

애들이 모두 집을 나가고 나니 그 자리를 부모님들이 채우네요.

아들이 7월에 방을 얻어 나가고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 저녁에 부모님들과 미꾸라지 매운탕에 소두 3병을 나누어 마셨습니다.

아버지의 오랜 단골집이라 그런지 미꾸라지를 엄청 많이 넣어 주었네요. 덕분에 올챙이 배가 되었습니다.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만 되어도 운전하는 사람은 술을 먹을 수 없다고 안 간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항상 집에서 먹거나 집 근처 식당에서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1년동안 기본 수 만 킬로미터를 돌아다니는 몸이지만 부모님과 함께라면 수 백미터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제가 이 나이가 되도록 태어난 광명을 지금껏 떠나지 못한 것, 본가에서 차로 5분 거리 이상을 벗어나 보지 못한 것도아버지의 강력한 희망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기쁨으로 바라보던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부모님이 무언가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기쁨으로 바라보는 세월을 맞이하고 있다는 실감이 드는 저녁입니다.

깊어가는 성탄절, 이제는 선물을 주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대신에, 힘이 세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네요.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손을 흔들다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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