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잠재하고 있는 힘!

'피는 못 속인다'는 말

by 윤작가

"공감과 사랑도 제대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모차르트라도 그의 아버지가 음악 교육을 시키고, 악기를 사 주지 않으면 음악 천재가 될 수 없다. 마이클 조던도 농구대와 농구공, 농구장이 없으면 최고의 운동선수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기도 생애 극초기부터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배려심도 인간관계도 배울 수 없다. 이런 경험의 시기를 놓치거나 본질과 패턴이 바뀌면,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의 발현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이로 인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떤 유전자가 발현될지 또는 영원히 사장될지도 결정될 수 있다."

- 브루스 D. 페리, 마리아 샬라비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민음인, 2015


이 책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어 읽게 되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책을 읽었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나 "아기도 생애 극초기부터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배려심도 인간관계도 배울 수 없다."는 말이 섬뜩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다.

살아생전 아버지는 정리되지 않은 화단 같은 분이었다. 집에서 화가 나면 참지 않고 우리에게 그대로 쏟아놓는 스타일. 밖에 나가서 다른 이들 앞에서는 사람 좋은 미소 짓고 싫은 소리 안 해도 집 안에서는 자신의 성정을, 다혈질적인 요소를 그대로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유연성이라도 생각한다. 책을 읽을수록, 사회생활에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갈수록 속마음을 그대로 내비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지혜롭고 부드럽게 돌려 이야기하는 능력이 중요하구나 깨닫게 된다. 그러나 잔뜩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세상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감추었던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된다. 화가 나면 곁에 있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동생에게도 지나치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그런다고 그들이 내 의견을 다 받아들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질을 못 이겨 '못된 것'들이 밖으로 쏟아질 때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다. 흠칫 놀란다.


"어머니, 제가 아빠를 참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성질머리가 좀 나쁜가 봐요."


"그래... 아빠를 닮아 고집이 센 부분이 있지!"


화를 내고 지나고 나면 내가 왜 그랬나 싶다. 굳이 그렇게까지 강하게 쏟아놓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고, 대화를 통해 조용히 해결할 수도 있는데... 화를 낸 시간이 지나면 민망하고 부끄럽고 미안하고 한심하다.

동생은 아빠의 손재주를 닮아 만들고 고치고 설치하는 것에 뛰어나다. 얼마 전부터 집에 있는 세탁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자꾸 멈추는 거다. 물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빨랫감이 조금 돌아가다 어느 순간 조용하다. 그래서 들여다보면 세탁기가 기능을 멈추고 쉬고 있는 게 아닌가?

"자꾸 왜 이러지? 이상하네... 탈이 났나 보다."

빨래를 하다 몇 분에 한 번씩 세탁기 앞에 서서 다시 버튼을 누르고 작동이 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

"우리는 잘 못 고치잖아요. 그건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사람을 부르자니 적지 않은 돈이 들 것 같고. 주말에 동생이 오면 한번 물어보리라 생각했다.


며칠 후, 나갔다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이봐라, 깨끗이 고쳐놨다. 이제 아무 문제없다. 청소를 안 해가지고 이끼가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지하수를 사용하는 우리 집은 가끔 자잘한 이끼가 같이 나온다. 세탁기를 사고 제대로 된 청소 한번 안 한 채로 몇 년을 지내왔더니 결국 탈이 났다. 아빠의 손재주를 닮아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작동하는 걸 쉽게 익히는 동생이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우리들. 가끔 사회성이 적은 게 태아로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불안함과 위기감을 느껴 생겨난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기도 생애 극초기부터 구체적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배려심도 인간관계도 배울 수 없다. 이런 경험의 시기를 놓치거나 본질과 패턴이 바뀌면, 인간관계를 맺는 능력의 발현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아버지의 보살핌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좋은 면들이 사장된 게 아닐까?


따뜻한 가정, 풍부한 환경이 뒷받침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쉽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지...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가 없으니 지금 처한 환경의 벽부터 깨뜨리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 테니까. 과거에 어떠한 어려움이 었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의지와 희망의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울하게만 보내지 말고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디뎌보자. 비록 실수하고 넘어지더라도 그 시도를 멈추지 않을 용기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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