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병원행
복막염이 진행된 천공성 충수...
급성 충수염 수술이라는 보험 진단명이 나와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술 후 4주 차 며칠 전부터 다시 바늘로 찌르듯 아팠다. 특히 오른쪽 옆구리 골반뼈 있는 부분에 불이 나는 듯 쿠욱 찌르는 통증에 눈물도 찔끔. 그래서 다시 찾아본 병원 문서에는 저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상태가 심각했구나.
여기저기 검색해봐도 4주차들은 통증이 거의 없는지 별다른 말이 없다. 나만 이런가? 한번 놀란 가슴, 지레 겁먹고 무슨 큰일이 난 게 아닌지 수업도 연기하고 결국 병원행.
무슨 일로 다시 왔을까 싶게 쳐다보는 선생님.
“제가 지난 토요일 학원 수업 다녀와서... 화요일과 수요일에 바늘로 배를 찌르듯이 쿡쿡 쑤시듯 너무 아파 눈물... 왜 그런 걸까요?”
장 유착은 2개월차가 되면 부드러워지고, 가스가 나오지 않거나 열나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그런 느낌이 지금 먹는 약 때문일 수도 있고 2개월까지는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하신다.
너무 아팠다는 말에 누우라고 해놓고 배를 찔러보신다. “아프세요?” 잔뜩 겁먹고 선생님이 배를 누르기도 전에 놀란 환자.
“안 아파요, 안 아파.”
이상하네. 분명 집에서는 아팠잖아. 큰 이상이 없고 문제가 발생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사진도 찍을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어 기분이 좋다.
내가 놀란 것은 의사의 자신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선생님은 수술 후 3일이 지나자 바로 퇴원 조치를 내리셨다. 사실 예전 같으면 복막염으로 진행된 나는 가만히 두면 죽었을 거다. 물론 그건 지금도 그렇겠지만.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개복 수술이 아닌 복강경으로 배꼽과 다른 쪽 두 군데 구멍을 뚫어 흉터가 덜 남는 수술을 선생님이 담당하신 거다. 그게 전문적인 기술이지. 사진 속 같이 발견된 혹도 떼어내었다. 더욱 놀란 것은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다.
빨리 이 순간을 넘기자, 싶은 나와 달리 수술을 앞둔 선생님이 갑자기 허밍을 하시는 게 아닌가. 성격이 지나치게 좋은 건가? 아니면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적 메시지인가? 그 허밍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선생님은 초보가 아니다(과장님이 초보 일리가). 수술하기 전 허밍을 할 정도면 완전한 자신감의 표시이다.’
그 태도는 여전하시네. 두 손을 흰 가운 양쪽 주머니에 끼운 후 뽀로로처럼 귀엽게 다니시며,
“아무 걱정하지 마”
한 마디하던 모습. 어느새 유치원생 마냥 선생님에 대한 무한 존경과 감탄이 흘러나온다.
그냥 급성 충수염도 아니고 맹장이 완전히 썩어 복막염이 된 상태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수술하고 3일 후 퇴원시키려던 선생님. 다시 찾아갔을 때 도대체 무슨 일로 왔지? 더 이상 올 일이 없을 텐데 하던 표정으로 담담히 얘기하던 모습. 그게 저 의사의 자신감이구나. ‘내가 수술 잘 시켜놨는데, 지금은 문제 될 요인이 없어요.’ 하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럼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 이 문장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대에 가서 배우고 실습하고 시험을 치고 수없는 과정을 거쳐 종합병원의 외과과장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과 실제 수술을 하셨을 것인가? 사람을 상대로 직접 배를 열고 안의 장기를 보고 문제점을 없애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와 시간이 얼마나 들었을까?
외과 의사는 칼을 잡아야 한다. 요즘은 발전된 수술법에 다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숙련된 과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무슨 분야든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0년은 지나야 한다는데.
아직 자전거를 탈 줄 모르지만, 자전거를 타기 위해 연습한 이들은 알 것이다. 수없이 넘어지고 실수하고 핸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체 게바라의 말처럼 인생은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고 두렵다고 겁만 낸다고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아프고 나니 알겠다. 조금 더, 어쩌면 더 많이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삶과 부딪쳐야 된다는 것을. 아직도 옆구리가 쑤신다. 움직이라는 뜻이다. 움직이면 금방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몸이 수월하려면 움직이고 쉬고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쉬운 게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걱정 대신 믿음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