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May 13. 2024

요가에서 배운 것: 나는 클라이언트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는 연습하기


이유를 찾아, 결국 더 나은 것을 제안하고 만드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기획자의 정의다. 내가 사회에 나와 줄곧 하던 일이고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나의 직업. 기획자로 살며 내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맞춰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소문자 p와 j를 넘나들다가 대문자 J가 되었고, 모든 것의 이유 찾는 걸 좋아하다 못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였나. 나는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살짝이라도 감지하면, 이 또한 이유를 찾으려 빠르게 뇌를 굴렸다.


기침을 하면 :

나 왜 기침하지? 감기인가? 아픈가 봐. 병원 가자


갑자기 졸리기라도 하면 :

나 왜 졸려? 어제 분명히 일찍 잤는데. 커피 마시자


내 상태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며 빠른 해결을 위해 이유를 찾아 분석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오    늘 오전 요가 시간에 선생님이 해 주신 말에 괜히 뜨끔했다.



오늘은 나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아요. 동작을 하는데 잘 안 되는 날이 있죠. 그럼 바로 왜 이 동작이 안되지? 하고 이유를 찾지 말고 아, 나 이 동작이 잘 안 되는구나. 하고 그냥 받아들여보는 연습을 해봅시다.



그렇다.

그동안 난 내 몸에게 조차 이유를 따져 묻고 있었다.

나의 몸과 마음은 클라이언트가 아닌데도 마치 일을 하듯 뭔가를 끊임없이 묻고 해결하려 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왜 나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뭐가 그렇게 바빠서 그 감정이나 기분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당장에 없애려고만 했을까.

 



늘 몰아붙이듯 산 것 같아 갑자기 나에게 미안해졌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마주하라는 활자는 여기저기에서 읽었었는데 이제야 마음으로 담는다.



오늘부터 명심할 것.


내 몸과 마음은

. 나의 클라이언트가 아니다.

. 있는 그대로 마주해도 괜찮은 소중한 존재다.  

.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바라봐주자.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피아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