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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면 몸 쓰지 말고 글 써라

by 이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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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할 때 대부분은 운동부터 떠올린다.

헬스장에 등록하고, 러닝화를 새로 사고, 매일 몇 만 보를 걸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정작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순간,

낯선 숫자와 마주하며 허탈함을 느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살은 그대로일까.”


나 역시 오랫동안 그 질문 속에 갇혀 있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었고, 실제로 아침과 저녁마다 땀을 흘리며 몸을 혹사시켰다.

하지만 몸은 좀처럼 내 뜻대로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펜을 들게 되었다.

다이어트 일기를 쓰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다.

단지 “오늘은 왜 빵이 이렇게 먹고 싶었을까”라는 문장을 적으며 시작된 작은 기록이었다.

의외로 그 한 줄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먹고 싶은 충동을 완전히 없애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왜 그런 충동을 느끼는지를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들었다.


글쓰기는 몸을 억누르는 대신 마음을 비춘다.

운동으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내 진짜 욕망이 종이 위에서 드러났다.


폭식을 한 날은 대부분 외로움이 깊어졌던 날이었다.

늦은 밤 배달앱을 켜는 습관은 피곤과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나타났다.


그리고 생리 전 일주일은 언제나 식욕이 폭발했다.

그동안 의지 부족이라고만 여겼던 행동들이 사실은 몸과 감정이 보내는 신호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은 발견은 다이어트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라는 자책 대신,

'내 몸이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으로 전환되었다.

그 질문 하나가 폭식의 빈도를 줄였고, 불필요한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코칭을 하며 만난 사람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매일 10분씩 자신이 먹은 것과 감정을 적은 한 분은,

기록만으로 야식이 줄었다고 했다.

운동을 줄인 것도, 식단을 극단적으로 바꾼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먹는지를 글로 남겼을 뿐인데,

뇌가 스스로 학습하며 패턴을 바꾸어 간 것이다.


실제로 뇌과학에서도 다이어트는 단순한 칼로리 싸움이 아님을 보여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아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이 더 잘 쌓인다.


생리 주기 전후로 체중이 흔들리는 것도 프로게스테론과 수분 저류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즉, 다이어트는 근육보다 뇌와 호르몬이 더 깊이 관여하는 영역이다.


오늘의 체중계는 오늘 하루의 결과를 보여주지만 글은 삶의 패턴을 드러낸다.

운동은 하루를 채우는 활동이지만, 기록은 삶을 바꾸는 습관이다.


다이어트를 오래 지속하고 싶다면, 운동화보다 공책을 가까이 두는 것이 낫다.

몸이 아니라 글이 살을 뺀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살을 빼기 위해 반드시 무거운 기구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펜을 드는 일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

한 줄이라도 좋다.

오늘 먹은 것, 그 이유, 먹고 난 뒤의 기분을 기록해보라.

작은 문장이 쌓여 자신을 이해하는 힘이 되고, 그 이해가 결국 몸을 바꾸어 준다.


다이어트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 이해로 향하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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