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건 돌길이 아니잖아. 돌은 작은 거야. 돌멩이 같은 거. 이건 큰 돌이잖아. 이건 바위야."
"바위도 돌이잖아.
이제 끝이야. 이것만 넘으면 꼭대기야."
"바위라고 말 안 했잖아. 나 허리 디스크도 있는데 바위를 타려면 허리도 아프단 말이야."
곧이어 흙길이 나왔고 조금 걷다 보니 다시 바윗길이 나왔다.
"뭐야? 또 바위잖아. 이게 끝이 맞아?
양치기 소년이야? 왜 자꾸 거짓말해애애애. 이게 진짜 끝이긴 해? 아까 꼭대기라며여어...."
"나 혼자 올라왔으면 십 분 걸렸어."
"뭐? 그럼 혼자 오지 그랬어? 혼자 가. "
"휴우...왜 그래 힘들어서 그래? 산에서 싸우지 말고 가자."
힝...
나의 포효는 징징거림으로 바뀌었다.
새 등산화를 신고 신이 나서 나선 등산길이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관악산 줄기이긴 해도 동네 뒷산 같다길래 철썩 같이 믿고 갔건만 돌길의 정의가 서로 왜 이리 다른 것인가.
바위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하고 나섰다. 바윗길을 싫어해서 미리 사전답사도 다녀오라고 했건만 속은 기분이었다.
나는 말도 별로 안 하고 삐져서 걸었다.
언젠가 갔었던 서울대 수목원길을 다시 가고 싶었는데 이 산을 넘어야 그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가 산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자기랑 같이 오려고 등산화도 샀는데 이렇게 서운한 말을 하다니. 혼자 왔으면 십 분이면 되었다니 내가 짐같이 여겨지는 건가.'
"너랑 그냥 산에 같이 오는 게 좋은 건데 돌길이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
"자잘한 돌멩이가 있는 건 돌길이고 이렇게 큰 돌은 바위잖아. 나는 작으니까 바위를 오르려면 힘들단 말이야. 그리고 자꾸 거짓말하잖아. 미리 다녀왔다면서 왜 몰라?"
"내가 뭐하러 너한테 거짓말을 하냐. 그리고 산길을 어떻게 다 외우냐. 조금 가면 뭐가 나오고 또 뭐가 나오고 그걸 세세하게 어떻게 설명하냐."
"어쨌든 나를 속였어. 이건 바위야."
글로 쓰고 보니 좀 허무맹랑한 면이 없지 않다. 여하튼 여차 저차 해서 나는 기분이 풀렸고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서울대 수목원길을 만나고서는 단풍과 함께 사진도 찍고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재잘재잘 거리기 시작했다. 사진도 찍어주길래 웬일로 사진도 찍어주냐면서 울다가 웃는 얼굴로 말이다.
그런데 옆지기는 내가 아까 산에서 뭐라고 하는 바람에 목에 담이 왔단다.
내려와서는 좀 미안한 마음에 두루치기 맛집에서 밥도 사주고 커피도 함께 마시면서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다.
그리고 집에 온 옆지기는 담이 온 목을 계속 마사지했다. 화는 내가 났는데 왜 옆지기가 목에 담이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