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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Feb 21. 2022

부모가 만나야 할 데미안

아이의 사춘기는 보다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그동안의 자기가 보호받던 작은 세계의 알을 깨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매우 괴롭고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도와야 하는 부모도 함께 아픈 게 맞다.

아이가 알을 깨는 과정 속에서 부모도 부모 세계의 알을 깨야한다.  아이에게 품었던 욕심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모로서, 진짜 어른으로서의 나를 마주하고 감당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모로서의 몫을 제대로 해내 줄 때 진정한 줄탁동시가 되며 아이는 아이 세계의 알을 잘 깨고 어른으로 성장할 독립성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게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 함께 아프다. 하나의 세계를 깬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부모는 어린 시절의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투하고 있는 부모 세계의 알을 깨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살고 있는 내면 아이가 나와 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을 수 있다. 부모의 내면 아이의 슬픔과 바람을 충분히 위안하고 달래어주지 않으면 부모는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되어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여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내 아이에게도 더 이상 진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가 힘들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에게 더 이상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 기가 막히게 잘 느끼고 알아챈다. 그렇게 되면 아이와의 소통이 막히고 (사실 아이가 이를 알고 입을 닫는다것이 맞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탓을 하기 마련이다.

아이가 자란 만큼의 존중과 이해를 하는 것이 어려운 쪽은 부모의 내면일 수 있다. 아직 부모의 세계를 깨지 못하였기에 또는 자신의 내면 아이에게 휘둘리고 있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아이보다 우선 부모가 자신의 세계를 깨고 나와야 아이가 작은 세계를 깨고 큰 세계를 향한 날갯짓을 시작함에 있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에게 부모의 데미안을 만나게 하기 위한 도움판이다. 부모는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같이 보여도 거꾸로 아이로부터 부모가 도움을 받는 것도 많다. 아이를 키우며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 되고 자신도 모르던 세계를 깨닫게 된다.

아이가 부모를 도울 때 부모도 자신의 세계를 깨닫고 알을 깨고 나왔으면 한다.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가 데미안을 만날 시간인 것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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