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방랑자들은 머나먼 밤하늘의 북극성을 길잡이로 삼아 방황하는 길 속에서 다시금 방향을 잡아 앞으로 나아간다.
어릴 때는 아이의 북극성이 부모이다. 부모에게 의지하여 그 손길로 먹고 자며 걸음마를 익히고, 부모의 따스한 보살핌 아래 자란다.
연년생으로 나서 함께 자란 동생이 크게 아프고 난 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집 안의 북극성처럼되어 있었다. 모든 가족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어찌 헤쳐 나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불혹의 나이를 허투루 먹은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연로하고 대형병원이 자리한 서울 지리에 서툴렀으며 청천벽력 같은 자식의 큰 병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다들 잘 모르겠다고 내게 자꾸 물었다. 나 또한 내 결정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매일 마음이 수없이 갈피를 못 잡고 헤매었다. 다들 바라보고 의지하고 있으니 의연하게 하나씩 해결하다가 밤이 되면 때때로 몰래 울었다.
동생은 갑자기 중환자가 되어 더욱 어쩔 줄 몰라했고 꼬마 때 이후로 묵묵했던 그는 내 앞에서 울었다. 그런 동생 손을 잡고는 내가 낫게 해 줄 거라고 아무 걱정 말라고 당당하게 말해주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면서말이다. 제일 잘 고치는 병원도 알아봐 주고 제일 잘 봐주는 의사를 찾아봐주마 위로하여서는 웃으며 집으로 보내주었다. 걱정 말라고손까지 흔들며 동생을 배웅하고 난 그날 밤 올려다본 하늘은 정말이지 새까맸다.
나보다 어린 동생의 소식은 나 자신도놀라워서 감당하기 힘들었다. 부모님은 연로하시니 언젠가 편찮으실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의 준비라도 어느 정도 되어있었는데 젊은 동생이 크게 아플 거라고는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더 그랬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국내에서 제일 잘한다는 병원을 찾아봐주고 의사를 수소문하고 다시금 진료를 받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여기저기 상담하고 수술 날짜를 결정하고 정신없는 나날들이 지나갔다.
가족들이 이런 때는 똘똘 뭉쳐주었다.다들 잘 헤쳐나가고 있었다. 수술은잘 되었다. 다만 얼마간의 요양이 필요하고 후유증이 다소 남을 것 같다. 그래도 목숨을 건 위중한 수술이었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가족들은 아직도 그를 돕고 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내가 지쳐 위로받고 싶을 때, 내게는 이야기를 들어줄 지인들과 남편,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속 이야기를 털어내고 나면 다시금 힘이 나서 기꺼이 또 도움을 주며 나아갔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나 또한 새까만 밤만 가득했던 날들을 지나오지 않았던가. 아마 살아오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때때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그렇게 삶의 가장 연약하고 아픈 시기를 보내왔으리라.
우리는 모르는 사이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북극성이 되어주고 있다. 힘들 때 잡아주는 손과 따스한 말 한마디가 정처 없이 느껴지는 인생길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