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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Apr 21. 2021

북극성

당신과 나의 보통의 날들

길을 잃은 방랑자들은 머나먼 밤하늘의 북극성을 길잡이로 삼아 방황하는  속에서 다시금 방향을 잡아 앞으로 나아간다.

어릴 때는 아이의 북극성이 부모이다. 부모게 의지하여 그 손길로 먹고 자며 걸음마를 익히고, 부모 따스한 보살핌 아래 자란다.


연년생으로 나서 함께 자란 동생이 크게 아프고 난 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집 안의 북극성처럼 어 있었다. 모든 가족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으니 어찌 헤쳐 나아가야 할지 막막했다. 불혹의 나이허투루 먹은 것만 같았다. 부모님은 연로하고 대형병원이 자리한 서울 지리에 서툴렀으며 청천벽력 같은 자식의 큰 병에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다들 잘 모르겠다고 내게 자꾸 물었다. 나 또한 내 결정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매일 마음 수없이 갈피를 못 잡고 헤매었다. 다들 바라보고 의지하고 있으니 의연하게 하나씩 해결하다가 밤이 되면 때때로 몰래 울었다.


동생은 갑자기 환자가 되어 더욱 어쩔 줄 몰라했고 꼬마 때 이후로 묵묵했던  내 앞에서 울었다. 런 동생  손을 잡고는 내가 낫게 해 줄 거라고 아무 걱정 말라고 당당하게 말해주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면서말이다.  제일 잘 고치는 병원도 알아봐 주고 제일 잘 봐주는 의사를 찾아봐주마 위로하여서는 웃으며 집으로 보내주었다. 걱정 말라고 손까지 흔들며  생을 웅하고 난 그날 밤 올려다본 하늘은 정말이지 새까맸다.


나보다 어린 동생의 소식은 나 자신도 워서 감당하기 힘들었다. 부모님은 연로하시니 언젠가 편찮으실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의 준비라도 어느 정도 되어있었는데 젊은 동생이 크게 아플 거라고는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더 그랬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국내에서 제일 잘한다는 병원을 찾아봐주고 의사를 수소문하고 다시금 진료를 받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여기저기 상담하고 수술 날짜를 결정하고 정신없는 나날들이 지나갔다.

가족들이 이런 때는 똘똘 뭉쳐주었다. 다들 잘 헤쳐나가고 있었다. 수술은 잘 되었다. 다만 얼마간의 요양이 필요하고 후유증이 다소 남을 것 같다. 그래도 목숨을 건 위중한 수술이었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가족들은 아직도 그를 돕고 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가 도움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내가 지쳐 위로받고 싶을 때, 내게 이야기를 들어줄 지인들과 남편, 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속 이야기를 털어내고 나면 다시금 힘이 나서 기꺼이 또 움을 주며 나아갔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또한 새까만 밤만 가득했던 날들을 지나오지 않았던가. 아마 살아오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때때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그렇게 삶의 가장 연약하고 아픈 시기를 보내왔으리라.

우리는 모르는 사이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북극성이 되어주고 있다.  들 때 잡아주는 손과 따스한 말 한마디가  정처 없이 느껴지는 인생길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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