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로소 Apr 30. 2022

그래도 살겠다고 쓴ㄷㅏ

어릴 적에는,  나이가 들면 무뎌지고 덜 마음 아플 줄 알았다.

어릴 적에는, 젊을 때, 나이가 들면 무뎌지고 덜 마음 아플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여기저기 아픈 데도 많아지니 쉽게 피곤해서인지 젊을 때보다 짜증도 늘고 마음이 상해도 훌훌 터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런저런 일을 겪었으니 이해하는 것은 많아졌는데 그로 인해 편견과 아집이 생기기 쉬워진 것 같다. 어릴 때는 뭘 모른다 생각하니 다른 이의 의견을 많이 들었는데 점점 내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와중에 공감은 받고 싶고 타인의 공감을 나누기에는 벅찰 때가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 자신들이 예전에 한 얘기 하고 또 하나보다 싶다. 상대방이 듣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감정적으로는 화가 쉽게 나거나 그러려니 하고 무관심해지거나 둘 중 하나다. 신체의 에너지가 딸리기 시작하니까 화를 내는 것도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병원은 과를 이곳저곳 바꿔가며 다니고 전반적 면역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다들 하나쯤, 또는 그보다 더 많이 고질병을 갖고 있다. 디스크는 너무 흔하니 말도 마라. 환경오염으로 아이들 아토피가 흔해졌듯이 애 낳고 키운 여자 어른들에게 디스크는 흔하다. 디스크가 없으면 대부분 어깨, 등, 팔 관절이나 무릎 등에 통증이 있다.

 

아이들은 사춘기와 청년기를 거치고 있고 단단한 마음 수련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게 또 쉽지 않다.  말을 잘 듣지 않는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데 마음이 단단해지기는 쉽지 않다. 체력과 건강한 정신은 정비례 관계이다. 운동도 하고 몸을 챙겨야 화도 덜 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데 어느새 체력이 훅 떨어져 있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젊은이들 뒤를 열심히 따라 걷다가도 어느새 그 경쾌한 걸음걸이 뒤로 쳐진다. 많은 것을 맛볼 수 있어 좋아하던 뷔페는 귀찮아지고 소화력이 떨어지는 데 반해 입맛은 까다로워지니 소위 맛집이라고 불리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조금 움직이고 나면 집에 와서 쉬어줘야 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에는 작은 일에 쉽게 노여워하거나 서운해진다. 자식들에게도 그러니 갱년기가 사춘기를 이긴다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안 그래야지 하는데도 그렇다.

사십 대가 이럴지언대 나이 드신 분들을 다 이해하기에는 틀렸다. 애초에 모든 일은 겪지 않으면 제대로 모를 일이다. 이십 대에는 더 밝았고 더 많이 웃었다. 지금 몸뚱이와 비교가 되니 말인데 몸도 훨씬 더 가뿐하니 더 많은 곳을 갈 수 있었고 더 늦게까지 놀 수도 있었다. 그러고도 다음 날 조금만 힘들었다. 지금은 하룻밤을 새면 그 여파가 일주일은 가니 몸 어디선가 꼭 무리했다는 신호를 보내며 입술이라도 부르튼다. 젊을 때 놀아야 한다는 말이 맞다. 공부, 일도 열심히 해야 되는 시기이지만 여행 가고 걷고 노는 것도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게 있다. 적어도 더 수월하게 해낸다.

마음은, 단단해져서 덜 상처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다. 개인적 특성이 있겠지만 속상할  일이 많아지는 시기가 시작된다. 아이의 사춘기와 자신의 갱년기, 가족과 지인들의 질병과 부고 소식들로 걱정이 늘고 마음은 단단해질 틈이 없다. 생각조차 많아지게 한다. 이제는 나의 탄생일보다 내 장례를 치를 날이 매일 가까워지는 날들이기에 잘 살고 싶은 마음에 뭘 하고 싶은데 두려움은 커진다. 체력과는 달리 반비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뭔가 남기고 싶은데 대단하지도 않은 인생이 그렇게 저물어가나 싶어 허무하기도 하고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누구의 삶을 들여다보아도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엇비슷하니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줘도 그때뿐이다. 결국은 이 인생은 내 것일 뿐이니 내가 잘 살아내야 한다.

미움과 분노의 마음도, 슬픔과 허무의 마음도 내 것이니 잠시 가졌다가 털어내고 다시금 내 속에 들어오면 다시 털어낸다.  평온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감사해하고 때때로 웃고 즐거우면 잘 사는 인생 같다.

사십 대는 그렇게 보내야 지하고 자꾸자꾸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위로해줘야겠다.

이 시기가 언젠가 봤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인생과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전 11화 잘 싸워야 한ㄷㅏ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