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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Apr 30. 2022

잘 싸워야 한ㄷㅏ

서로의 마음이 닿을 수 있게

갑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는 아이에게 이제 사춘기가 더 본격적으로 왔나 했다. 그런데 그게 결국 과거에 생각지도 못했던 내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춘기 아이지만 장난도 잘 치고 아직 대부분의 날을 평화롭게 웃으며 잘 지내는 편이다. 그래도 그럭저럭 좋은 에미 노릇을 한다 싶었는데 하루하루 커 가는 아이의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알 수는 없으니 때로 놓치고 실수할 때가 있다.

남편과 투덕거리고 나도 모르게 예민해졌을 때였나 보다. 늘 아이의 방바닥에는 옷이 널브러져 있고 나는 좋은 말로 정리를 하라고 타이르곤 했다.  "옷들이 여기 누워있으니 일으켜 세워주렴. 이거 어느 요정이 와서 이렇게 어지럽혔니 누구지.. 정리하렴." 등등 기분이 나쁘지 않을 문장들로 말하고 나오면 아이는 웃으며 치웠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예민함과 심통으로 가득 찬 나는 옷으로 널브러진 방을 보고 화가 나서 좋은 말로 타이르니 엄마 말을 듣지 않는 것 아니냐며 공부하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나왔다. 공부하다 갑자기 엄마에게 날벼락을 맞았던 아이는 방문을 걸어 잠근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소소한 다른 일로 싸우다 화해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소소한 일은 약속에 관한 것이었다. 전 날 아이와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않은 것에 화가 났던 나는 아이에게 뭐라 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동원하여 여러 번의 대화를 시도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니 그 무시하는 태도에 점점 화가 났다.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이를 책망했다. 나는 아이에게 내게 있어 가족과의 약속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나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을 못 지키는 일이 생기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다시 협의를 하려고 했는데 아이가 약속을 무시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하였다. 아이는 결국 사실은 약속을 잊었노라 실토했다. 나는 그러면 처음부터 잊었으니 미안하다 말했으면 이렇게 화내고 싸우는 일이 없었을 거라 했다. 아이는 싸우는 것이 싫어 피한 거라고 했다. 이 아이도 뭔가 노력을 하고 있다. 엄마만 참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함께 참는 중이라는 것은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이었다. 싸움이 싫어 피한 것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뜩 든 나는 숨을 진정시키고 화난 마음과 생각을 가다듬었다.


나는 싸우는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기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잘 싸우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게 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게 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알게 되는 과정에 있다. 아이는 내가 무조건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아이가 문을 갑자기 잠근 것이 방에 들어와 옷을 치우지 않았다고 화를 낸 날부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싸움은 사람들에게 서로의 마음을 보이고 서운하거나 화난 점을 이야기해서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알게 해 준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쌓아놓다 큰 싸움이 되거나 반목하는 것을 막아준다.

아이와 나는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이고 부부 또한 그렇다. 다른 사람이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르기에 부족한 점은 서로 도울 수 있고 그러기에 세상도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가정이 꾸려져 가고 있는 것일 테다.

나는 아이의 성장에 따른 감정의 변화나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그때그때의 나의 역할에 대해 꾸준히 돌아보는 어른이 되어가야 할 것이다.


사랑하더라도 다툴 수도 있고 그럼에 잘 싸워야 한다. 서로의 마음이 닿을 수 있게.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그래야 더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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