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 년 전 일본에서 혼밥(혼자 밥 먹기)이 유행한다고 미디어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바(bar)처럼 나란히 앉을 수 있게 설계된 식당 테이블이라든가 솔로 라이프에 맞춰진 주택 등이 그 당시에는 참 생소하게 느껴졌었는데 어느 날부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혼밥은 물론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커(혼자 커피 마시기)를 하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멋지게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프로그램까지 장수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을 이상하거나 딱하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솔로 라이프를 잘 즐기는 문화로 변화한 것 같다.
흔히 사람이혼자 있을 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한다. 그런데 혼자일 때보다 사람과 함께 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더없이 공허하고 쓸쓸하다. 사실 외로움이란 게 고독과 굉장히 혼동된다.
고독은 사실 단순한 외로움이라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데 있다. 외로움이 마음의 생채기로 힘듦이 있는 것이라면 고독은 그것을 스스로 즐기는 것에 더 맞을 것 같다.
혼자 커피숍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지만 외롭다고 잘 느껴지지 않는다. 혼자 훌쩍 떠나는 거나 전시를 보는 것 또한 그렇다. 그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내 선택으로 하여 내 것으로 삼고 사색에 잠길 때가 많다.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외롭게 느끼는 것보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덜 하기에 외로움 또한 상쇄되는 것 같다. 여럿이 함께 하는 데 겉도는 느낌이 들 때가 내 경우 더 공허와 허무감이 밀려왔다. 그럴 때면 나는 도대체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실이 아득해지곤 한다.
일을 해야 하는 사무적 공간이야 그렇다 치지만 친목을 나누는 모임에서 그런 기분이 느껴질 때면 집에 오는 길이 쓸쓸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라면을 끓여 먹고 싶으면 라면을 먹고 바깥을 돌아다니고 싶으면 걷고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카페에 앉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본다. 어떠한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다. 아침, 점심,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든가 매일 하던 루틴에서도 나를 잠시 내려놓고 말이다. 바쁘디 바쁘게 짜인 일정에서 벗어나 어느 먼 곳으로 향하는 심야 버스를 타고 내려 동네 노포에서 아침을 먹는 것도 좋겠다.
취미 활동을 즐기고 창작 활동을 한다든지 내리 영화를 봐도 내가 즐거이 그 시간을 보낸다면 '쉼'이지 않을까.
내가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도 모두 내려놓은 채 혼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