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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다래끼 도려내듯..

마음속 염증도 도려내지나요...

by 은덩 May 15. 2024

퇴사를 결심하고 바로 다음날 2주 넘게 묵힌 다래끼를 처치하러 갔다.

스멀스멀 벌건 기운이 올라올 무렵 병원을 갈까, 약국 가서 소염제만 사다가 먹을까... 하다가 에잇.. 까짓 거 곪아서 없어지던지 사라지던지 하겠지 그냥 방치해 버렸었다..


그런데 이것이 쌍꺼풀 한가운데 크게 자리 잡고 앉아 점점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 남보기에도 좀 부끄럽기도 하고... 병원 가면 째자고 할까 봐 무서워 하루이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가슴속 품고 다니던 퇴사를 끄집어내고 나니.. 그만둘 날짜를 정해버리고 나니... 요 묵힌 다래끼도 하루빨리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심리는 무엇인지..


결심이 서기 무섭게 점심시간에 급히 근처 안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굳어져서 콩다래끼가 되었으니 빨리 없애고 싶음 째야 한단다...


네... 저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작은 침대에 누워 마취주사를 맞고.. 의사 선생님이 눈꺼풀을 마구 까뒤집으며 염증을 긁어내셨다..


고통을 참으며 애써 다른 생각을 해본다..


이 회사에서 버티는 것이 답이었을까.. 더 빨리 관뒀어야 했던 건 아닌가...

오래 일할 직장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도 1년은 채우고 싶었는데...

내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 퇴사를 결정한 것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내 선택에 난 최선을 다한 거라고.. 최선을 다한 후의 이별이니 난 후회는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의사 선생님이 긁어내는 것이 다래끼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왠지 시원하고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고통은 순간이야... 지나고 나면 나는 다시 깨끗한 왼쪽눈을 갖게 되겠지...


예전에 직업상담사 시절.. 젊은이들에게 입버릇처럼.. 일이 맘에 안 들어도.. 상사가 거지 같아도.. 1년은 버텨보라고 신신당부했었는데...


이 얼마나 꼰대의 오만이었는지....

세상은 나에게 또 이런 큰 지혜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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