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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범 Apr 15. 2024

군산

또 다른 이야기 2

빵! 빵! 클랙션 소리에 돌아보니 택시가 와있었다.

“사장님 동국사까지 가신다 하셨죠?

군산엔 무슨 일 때문에 오셨나요? (글쎄? 내가 지금 굳이 이 군산까지 온 이유는 뭘까?)

아~그래요! 혹 숙소는 구하셨어요?

여기 군산은 리버힐 관광호텔이 제일 좋은데…네!

조금만 더 지나면 전군가도에 벚꽃이 만발해서 정말 볼만 하지요!

백리길이 꽃 천지, 사람 천지라 정말 장관인데...”

관광 비수기에 드물게 보는 외지인이라 그런지 택시 기사는 말이 많았다.

동국사는 일본식 절이라는 것 말고는 특이점이 별로 없고 해서 별다른 감흥도 없어 둘러보다 대웅전 맞은편 은행나무 아래 앉아 대숲 바람 따라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 먹먹해져 걸음을 옮기려 일어서는 순간 이미 꽃이 다 져버린 벚꽃나무 아래 소녀상을 발견하고 소녀상을 이곳 일본식 절에 설치한 사람들 의식에 경의를 표하며 돌아 나오는 데 무슨 기원을 올리는지 기도를 하고 있는 중년 여인의 간절한 뒷모습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 히로쓰 가옥을 찾아 걸음을 옮긴다.

군데군데 관광지의 모습으로 새단장을 하였지만 아직 낡고 오래된 집들이 더 많은 쇠락한 도시지만 골목길들이 너무 깨끗해서 걸음걸이도 조심스럽다.

군산에는 흔적도 남지 않은 할아버지의 고향일 뿐인데 왜 그렇게 아버지는 군산에 집착했던 걸까?

별빛이 초롱초롱한 여름밤이면 아버지는 하늘의 별을 보며 늘 군산을 이야기했다.

“우리 나중에 꼭 군산에 가서 살자”

“다음 공일엔 우리 엄마도 데리고 군산에 가자”

군산에는 너른 들녘도 있고 늘 푸른 바다도 있단다!

엄마는 산골 사람이라 너른 들녘도 푸른 바다도 못 봤대”     

히로쓰 가옥엔 몇몇의 젊은 커플들이 관람을 하고 있었고 백 년이 넘은 일본식 가옥엔 볕이 너무나 잘 들었고 나무 그늘은 풍요로웠다.

백 년 전 조선 팔도의 쌀을 반강제로 빼앗아 일본으로 수출하여 긁어모은 부로 온갖 사치와 향락을 누리던 상류층 일본인들의 웃음소리가 긴 복도에 가득 담겨있었다.

빼앗긴 들에는 오지 않는 봄이 이 향나무 무성한 정원에는 무르익어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혼또우니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울려 퍼진다.

여기 히로쓰 가옥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들 저 깊은 의식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해대고 구암 교회를 찾아 가려다 불현듯 선유도를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선유도로 향한다.

평일 점심 무렵이라 버스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사는 동안 바다도 별로 가보질 않은 터라 섬 여행은 처음이다.

섬으로 가는 길은 멀었지만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 길 사이 풍경이 아름다워 조금도 지루하질 않았다.

서해바다 한가운데 점점이 떠있는 조그만 섬과 섬 사이의 수평선으로 해가 질 때 온 하늘과 바다가 불타오르는 낙조를 보고 싶었으나 일정이 허락하질 않아 마을 뒷산에서 은빛 모래톱이 기러기가 내려앉은 듯하다는 “평사낙안”을 몹시 불어대는 찬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다 버스를 타고 구암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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