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Sep 30. 2022

아직 실내에서는 마스크 쓰셔야 됩니다. 제발요.

팔글팔글 세 번째 글

오늘도 나와의 싸움에서 졌다

다시 또 돌아왔다. 이 지긋지긋한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해야 하는 때가. 9월 26일부터 정부는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분명히 수많은 뉴스를 통해서 실외만 해당이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유지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시작이다 또.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듣기 싫은 것인지 오늘도 또 어떤 사람들은 노 마스크로 매장에 들어온다. 정부 방침이 바뀔 때마다 노 마스크로 당당히 들어오는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에 '또 시작이네' 속으로 되뇌며 마스크 착용을 안내한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셔야 됩니다"

"뭔 소리야 그거 다 해제된 거 몰라?"

"해제된 건 실외고요. 실내에서는 쓰셔야 됩니다"

"무슨 소리야 넌 뉴스 안 봐?"

"저를 못 믿으시겠으면 뉴스를 찾아보셔도 되고요. 아직 실내에서는 마스크 쓰셔야 됩니다"

"아참 답답한 새끼네 이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항상 당당하고, 목소리도 크며, 본인이 무조건 맞다. 이쯤 되면 과연 이 사람들에게는 '듣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루에 이런 일이 한두 번이라면 '아유, 어쩌다 실수하셨나 보다'하고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에도 동일한 실수를 수없이 반복해서 마주치노라면 365일 24/7 매번 정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이나마 다정하게 살아보겠다는 매일의 다짐을 아주 쉬이 까먹어버리고 사나운 목소리로 짜증을 가득 담아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실내에서는. 마스크. 꼭. 쓰셔야 돼요."


아아, 나는 이번에도 나와의 싸움에서 대패하였도다.


나와의 싸움에서 질 때면, 소금통을 떠올린다

내가 아는 한, 나와의 싸움에서 질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기 가장 좋은 방법은 '소금통'을 떠올리는 일이다.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소금이라도 한 줌 쥐어 뿌리라는 말이 아니라 뉴욕의 전설적인 외식경영자 대니 마이어가 쓴 '세팅 더 테이블(Setting the Table)'에 나오는 그의 스승 팻이 대니 마이어에게 알려준 일화를 말한다.

 

“자 소금통을 제 자리에 놓게.” 그가 말했다.

나는 정확히 한가운데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소금통을 밀어 놓았다. 내가 손을 치우자 팻은 다시 소금통을 3인치 정도 옆으로 밀어냈다.

“자, 소금통을 제자리에 다시 놓게.” 그가 말했다. 나는 그것을 다시 한가운데에 갖다 놓았다. 그러자 그는 다시 6인치 정도 소금통을 밀어내며 말했다.

"자. 어쩌지?” 나는 그것을 다시 밀어 놓았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듣게, 친구. 직원들과 손님들은 항상 자네의 소금통을 테이블 중앙에서 밀어내고 있다네. 그것이 그들이 하는 일이지. 그것이 인생이고 엔트로피 법칙이야! 이것을 이해할 때까지는 누군가 소금통을 중앙에서 밀어낼 때마다 자네는 질색을 하겠지.

하지만 화를 내는 것은 자네가 할 일이 아니야. 그들에게 탁월성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거지. 만일 어디가 중심인지 그들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면 차라리 그들에게 가게 열쇠를 건네주게. 레스토랑이 망하거나 말거나 맡겨버리라고!"

그래, 내 마음속 소금통은 오늘도 여기저기 어지러이 돌아다닌다. 누군가는 멀쩡히 있는 소금통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누군가는 테이블이 아닌 엄한 곳에 놓기도 한다. 오늘 이 마스크 사건같이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은 제자리를 잃은 소금통을 다시금 제 자리에 놓는 일이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렇게 소금통을 제대로 놓지 않느냐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 나의 일이 아니라 어디가 나의 중심인지를 정확히 알고, 어질러진 소금통을 다시 그 중앙에 가지런히 놓는 일이 나의 일이다.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왜 이놈의 바다는 항상 파도가 치는 것인가'를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고 파도 속에서 나의 평안을 찾는 것이 나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으로. 파이팅

오늘도 마스크뿐만 아니라 온갖 사건 사고가 내게 닥친다. 내가 살아가는 한, 어떤 형식으로든 소금통은 계속 여기로 또 저기로 움직일 것이다. 오히려 소금통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내게 더 손해다.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기에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죽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문제가 하나도 없이 평탄하기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나는 문제가 없는 것이 좋은 인생이 아니고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할까를 잘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은 인생이라고 믿는다. 소금통이 엎어지거나 다른 곳에 가있다고 짜증을 낼 것인지 아니면 그 중심을 온전히 지켜나갈 것인지 선택할 것인지 모두 다 내 몫이다.


후.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어. 긴 한숨을 내뿜으며 마음을 다 집아본다. 그래. 소금통을 생각하며 다시 잘 살아가 보자. 

아니, 근데 저 아저씨가 또... "아저씨, 실내에서는 마스크 쓰셔야 된다니까요. 쫌!!!"


+)

언제 한번 써야지 했던 '소금통'에 관한 글을 '싸움'과 엮어서 써보았습니다. 보통 싸움이라고하면 어떤 적과 싸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가장 센 적이 누군가 생각하다보니 제 자신이더라고요. 저는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주 지곤 합니다.(침착맨 명언 : 내가 나한테 졌다는건 다시 생각하면 내가 이겼다는 거지? 오히려 좋아...?) 개인적으로 이 글은 반성문이자 다짐이기도 합니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많은 분들이 이 글에 공감해주셨습니다. 에세이는 역시 느낀바를 솔직하게 쓰는게 장땡인거 같습니다.




이 글은 팔글팔글에서 함께 쓴 글입니다.

괄호 속은 해당 회차의 글 주제입니다.


첫 번째 글 - 나는 아직도 시가 어렵다 (詩)

두 번째 글 - 유서

세 번째 글 - 아직 실내에서는 마스크 쓰셔야 됩니다. 제발요(싸움의 기술)

네 번째 글 - 착한사람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같이 써요, 브런치! (브런치 작가 커뮤니티) - 비밀번호 writer


브런치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됩니다. 브런치 작가 오픈 카톡방에서는 작가님이 쓰신 글, 글을 쓰면서 드는 고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브런치 글 등 '글과 관련된 무엇이든' 다 나누셔도 좋습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계시거나, 쓰고 싶은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

https://open.kakao.com/o/g3WX7Kpe 


팔글팔글(오글오글 2기)이 뭐죠?

https://brunch.co.kr/@kkw119/295

오글오글 1기 후기

https://brunch.co.kr/@kkw119/292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직도 시가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