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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Jul 10. 2019

나는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선생님입니다

나는 선생님입니다(2) 신용초등학교 장지혁 선생님

2019 온더레코드 기획 '나는 선생님입니다'의 두 번째 인터뷰는 신용초등학교 장지혁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몇 년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경험이 곧 배움은 아니더라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배움을 위해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 아래엔 다른 선생님들의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진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기 위한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선생님의 시도를 쫒습니다. 


거꾸로교실에서 유튜버로서 <맥선생> 채널 운영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프로젝트 학습으로 시작했는데 수업할 때마다 시간이 모자랐어요. 마침 거꾸로교실을 다룬 다큐를 보고 검색하면서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유명한 수업방법은 거의 다 해봤지만 결국, 프로젝트 학습과 가장 잘 맞았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잘 맞았나요. 


프로젝트 학습은 특히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영어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방법을 기획하고 계획을 세워 실행하듯이 프로젝트 학습의 시작점도 비슷합니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데서 시작해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잘 배운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업으로 풀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교사가 많이 계획하고 주도하면 10차시의 과정과 결과가 정해져 있는 반면, 학생에게 완전히 맡겨 놓으면 교사도 해보면서 계획과 결과를 짜야하거든요. 여기서 나타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이 지점에서 프로젝트 학습이 학생의 역량을 기르는 데 좋은 방법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역량도 키우는 건 판타지입니다.

"



페이스북 포스팅 중 ‘프로젝트 수업을 몇 년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경험이 곧 배움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제대로 된 배움을 위해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일반적인 수업과 달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가게에 들어가서 무언가 요구하고, 재단에 전화해서 예산을 따고, 영상을 제작하는 등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뒤돌아봤을 때 학생이 과연 무엇을 배웠는지 묻는다면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교육과정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새로운 지식을 배운 건 아니기 때문이죠. 지식만 전달하는 건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알아야 하는 지식도 많습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도 부족한 지식을 커버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내린 지금의 목표는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역량도 키우는 건 판타지입니다. 



시행착오의 결과인가요.


처음 2년 정도는 잘 안됐습니다. 학습의 주도권은 교사가 많이 가져갈 수도, 줄 수도 있는 거라 정답은 없지만 장단점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학생에게 무조건 다 넘겨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더니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어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새롭게 배우기는 쉽지 않아서 투여한 시간 대비 배운 게 많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역량뿐만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들을 확실히 해주는 게 목표입니다. 학생에게 다 맡기더라도 짧게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교과서에서 발췌해 교재를 만들었어요. 100시간을 프로젝트로만 채우는 것보단 교재를 함께 쓰면 새롭게 배우는 게 많아지더라고요. 각 학년마다 필요로 하는 성취기준을 연결해서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을 배우고 프로젝트 학습까지 연결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환경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예전엔 초등학교에서도 한 학기에 한두 번씩 꼭 객관식 시험을 봤습니다. 사실 제 수업은 그런 시험에서 점수가 잘 나오긴 어려워요. 제가 속한 지역은 3-4년 전부터 열심히 외우면 잘 받을 수 있는 시험에서 형태가 많이 바뀌어서 선생님이 알아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에 기록한 아카이브가 상당합니다. 기록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블로그는 수업하면서 떠오른 고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수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적는 게 아니라 계획했던 활동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게 깊이 있는 수업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글을 공유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댓글에서 많은 선생님들과 자기 수업을 소재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요즘은 유튜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 모두가 창작자(Everyone can create)라는 마인드로 교사가 길을 보여주고 결과물로 이북(E-book)을 내기도 합니다. 기기를 쓰다 보니 영상을 이전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수업 복기로 시작해 지금의 <맥선생> 처럼 ‘IT기기 활용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망했습니다. 다시 작년부터 매일 1~2시간을 투자해서 지금의 <맥선생>채널이 탄생했습니다. 교육 유튜버라기보단 IT유튜버로 출발해서 IT기기를 설명하는 100여 개의 영상 중 교육 관련 영상은 10% 정도밖에 안됩니다. 그 비율을 조금씩 더 늘릴 예정이에요.



더 좋은 기기가 생긴다고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대화하고 사는 모습도 다 똑같아요. 그렇다면 교실에도 학습의 본질은 남아 있을 겁니다.

” 



잘되는 콘텐츠는 어떤 콘텐츠인가요. 


<맥선생>에 올릴 영상을 찍으면서 여러 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미 잘 만드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소개를 받기도 하고 피드백도 들었어요. 그 덕에 생긴 노하우라면, 제목은 정답을 바로 보여주지 말고, 궁금해하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54만 뷰로 가장 뷰 수가 높았던 영상도 처음에는 뷰 수가 낮았다가 한 순간 수직 상승했습니다. 결국 유튜브가 어떤 좋은 영상을 더 많이 보여줄지 결정하는 거죠. 



교육을 주제로 한 콘텐츠는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아이패드 활용법’을 콘텐츠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이패드 뽕 뽑는 방법 - 문서 편집 편’처럼 누구나 콘텐츠를 쓸 수 있도록 만들죠. 그리고 마지막엔 선생님과 학생이 교실에서 이 방법으로 낼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사실 교실에서 쓰는 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할 때 무엇이 필요할까요.


환경이 갖춰진 다음에 시작하는 건 늦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맘껏 시도해보기 위해선 학교 안에서 눈치 보지 않을 편한 관계를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실 간의 차이가 비교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지지해주는 자기편을 늘려가세요. 



앞으로 필요한 배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니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시리가 있으니까 지식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읽기, 쓰기, 셈하기를  무시하고 윗단계의 역량을 키운다는 건 셈하기가 안되는데 엑셀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아랫 단계에서 윗 단계의 프로젝트 학습까지 잘 이어 주기 위해 기초 기본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5줄씩 글쓰기를 하고, 수학 문제를 몇 개씩 풀면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요. 더 좋은 기기가 생긴다고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대화하고 사는 모습도 다 똑같아요. 그렇다면 교실에도 학습의 본질은 남아 있을 겁니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었나요. 


모습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겐 그런 선생님이 많이 없었거든요. 배울 점이 많은, 잘 웃는, 내 아이를 맡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노트 

인터뷰 후 지난 학교에서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수많은 시간 동안 들었던 수업들은 과연 어떤 의미의 배움이었을까요? 일일이 생각하고 배웠던 것은 아닌 데다 특별한 것이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다만, 삶에서 선택의 순간에 지난 배움들이 때론 점수로, 말로, 잔기술로 증명해준 덕에 사회에서 제 몫을 찾아 일하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죠. 하지만 이젠 결과의 허울을 떠나 안심이 됩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들은 대화하고, 꼭 필요한 배움이 있다고요. 의미 있는 경험도, 제대로 된 프로젝트도 모두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걸 같이 기억하고 싶습니다.  


글 & 인터뷰. 황혜지,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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