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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Jul 31. 2019

나는 재미있는 수업을 찾는 선생님입니다

나는 선생님입니다(5) 거꾸로캠퍼스 위지혜선생님

2019 온더레코드 기획 '나는 선생님입니다'의 다섯 번째 인터뷰는 거꾸로캠퍼스 위지혜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수업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수업이 하고 싶은 마음이 늘 궁금했습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보다 수업시간을 더 재미있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거꾸로 교실로 해결한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은 거꾸로 캠퍼스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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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도 선배 교사로서 이제 일을 할 때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교사의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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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거꾸로교실을 하기 전에는 아무리 학생이 나를 좋아하고 함께 있는게 즐거워도 학생이 없는게 훨씬 좋았어요. 수업시간 안에 사고 안나게 잘 데리고 있다가 집에 보내면 미션완료니까요. 지금은 학생과 뭔가를 함께 하는게 더 좋아요. 수업하면서 학생이 재미있거나 힘들어하는 부분이 어딘지 확인하는게 요즘 제 미션이거든요.



수업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2015년에 교사 3년차가 되며 처음 6학년을 맡으면서 당시 학생들이 제 수업을 힘들어한다는 걸 느끼고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선배 교사로서 이제 일을 할 때라는 이야기를 많이하셨는데, 그 때마다 교사의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인정 받는 교사의 일과 선생님이 생각하는 교사의 일은 어떻게 달랐나요?


저는 학교 업무를 많이 하면서 일을 배워서 2년 후에는 부장교사를 하거나 후배 교사를 가르치는 일보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변화를 고민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내 삶을 되짚어보더라도 멀쩡히 잘 다니던 대학도, 다시 들어간 교대에서도 늘 재미있는 것을 찾아왔기에 아이들도 재미있는 수업을 경험하기를 바랐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이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스스로를 평가 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죠. 수업이 엉망일 땐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확인하는 게 무서웠어요. 학생들이 하나같이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은 정말 공포스러운 장면이거든요. 학교에서 많이 했던 공개수업, 토론회에선  내가 얼마나 설명을 잘하고, 학생에게 발표를 시키고, 모두가 발표를 고르게 할 수 있는지를 배웠을 뿐 학생이 어떻게 하면 재밌게 수업을 참여하는지, 많이 참여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기어려웠어요. 무조건 움직이게하는 액티브함과는 다른 교실이 살아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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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업의 틀 안에서 재미있는 수업을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틀 자체가 좋은 틀인지 고민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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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수업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인지를 고민하면서 1년 동안 현장연수를 더해 250시간 넘게 연수를 받았어요. 거꾸로 교실은 그 중의 하나였죠. 첫 모임을 갔는데 ‘왜 선생님이 강의를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이 때를 기준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수업의 틀 안에서 재미있는 수업을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틀 자체가 좋은 틀인지 고민하게 되었죠.



고민의 기점을 앞으로 당겨 살펴본다는 건 많은 수고를 더하는 일일 것같아요.


새로운 시도는 망하는 게 세트라 피할 수가 없어요. 한번은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 망해서 왜 그런지,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진지하게 답해주더라고요. 같이 수업을 만든다는 감각은 망한 수업에서 시작했어요.



실패를 공유한다는 건 수업이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망한 수업을 이야기하는 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습니다. 내 수업을 같이 고민해주는 선생님들과 망한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수업해보면 실제로 교실에서 아이들이 변하고 아이들이 저를 보는 시각도, 제가 아이들을 보는 시각도 바뀌어요.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주라는 조언에 스스로 수업을 변화시켜보라는 도전이기도 했죠.



교사로서 수업이 잘 풀리고 좋은 평가를 받을 무렵 거꾸로캠퍼스로 옮겼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최수프(사상 최대 수업 프로젝트 : 배움을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으로 이어보는 프로젝트)를 만났어요. 재미있었지만 소규모의 프로젝트를 하기에도 부딪히는 한계가 많아 끝까지 한다면 어디까지 가능한지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거꾸로캠퍼스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고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어 결심했죠. 네트워크를 리드하는 분들 중에서도 처음부터 한 사람과 중간에 온 사람의 이해 폭은 분명히 달랐고, 주어진 일만을 하게 되는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드문 기회였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 어려운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실험을 지속하나요?


동료의 힘과 성장의 순간이에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일을 해내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함께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어요. 그리고 어김없이 성장 그래프가 반등하는 순간이 찾아왔죠. 힘들지만 꾸준히하다보면 변화가 올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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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거대한 교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오늘, 이번 주, 이번 모듈의 수업이 학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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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캠퍼스에서의 수업이 궁금합니다.  


학년 단위는 배워야하는 내용과 목적이 명확하지만 거꾸로캠퍼스는 무학년제이자 과목이 없는 학교라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사 수업은 역사를 읽어서 현재를 해석하는 것 까지 도달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입니다. 역사적 배경이나 지식, 학생이 하는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는 시각을 던져주는 거죠. 수업이 과목중심에서 모듈 단위로 주제 중심으로 바뀌면서 세계사가 목표에 더 맞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지식을 전달할 만큼 전문가는 아니었기에 같이 공부하듯이 수업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즐거움 이면에 남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어요. 배정 된 수업시간 안에 수업을 잘해야 다음 수업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3시간 1블럭의 수업시간의 무게감만큼  준비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듭니다.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해보고 싶나요?


이번 모듈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학 수업을 방과후형식으로 테스트해볼 예정이고, 사최수프도 끝까지 잘해보고싶습니다. 작은 시도에서 시작하는 교실 안에서의 사최수프와는 달리 고민의 깊이가 깊고 프로젝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거꾸로캠퍼스에서 성공하든 망하든, 망한다면 왜 망했는지 회고하고 솔루션을 내는 것까지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나요?


멀고 거대한 교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오늘, 이번 주, 이번 모듈의 수업이 학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합니다. 연구하며 관찰하면서 학생에 대해 잘 알지못하면 제대로 된 조언이나 격려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많은 사례를 보고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학생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강연, 책, 세미나를 찾아야만 학생이 가지고 있고 필요로하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있습니다. 섣불리 단정짓지 않고 필요한 것을 주는 선생님이고 싶습니다.



인터뷰 노트


일하는 마음과 태도를 가다듬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첫 인터뷰의 주인공, 김주현 선생님의 말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고등학교 때 까진 교사로서의 일을 생각하면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생각했지만, 직장인이 되어 다시 들른 고등학교에선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특별 활동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사전 준비 과정들이 보이더라고요. 다음 세대를 만나는 교육자의 매일의 촘촘한 고민과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이 모여 상상했던 재미있는 수업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글 & 인터뷰. 황혜지, C Program 러닝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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