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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ng khong May 29. 2022

차라리 혼자가......

안산 자락길

엄마를 꼬드긴건 나다.

그러므로 내 책임이다.

그런데 이 헛헛하게 억울한 마음은 뭘까.


2번의 안산 자락길 산보가 무척 좋아서 오늘 엄마와 또 갔다. 며칠전부터 나는 수없이 엄마를 꼬드겼다.

"얼마나 좋은데! 평지야 평지. 엄마보다 나이든 사람도 엄청 많이와!!"


엄마는 쉽게 안넘어 왔다.

그러다 소화불량으로 한의원과 내과를 다녀온날 갑자기 헬스를 하고 싶다, 산에 가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이 운동 시작하래."


수없이 내가 헬스가자, 쇼파에만 누워 있지 말고 뒷산에 가자고 했지만 귀를 딱 막고 신경질을 부리며 다리아픈데 어딜가냐고 했던 엄마였다. 역시 의사 선생님 말 한마디가 내말 백마디보다 낫구나.


그래서 오늘 2호선 홍대입구까지 가서 7737번 버스를 타고

독립문 파크빌 아파트에서 시작되는 안산 자락길 산행에 나선것이다.


상쾌한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니 어두운 표정의 엄마가 서있었다.

아아.... 잊고 있었다.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엄마가 매사에 얼마나 불평불만이 많으신 분이신지를......


2시간 반이나 되는 시골집도 뚝딱 다녀오는 엄마는 1시간정도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오는 이 거리가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첫발을 떼기도 전에 왜이렇게 경사지냐. 테크가 깔린게 마음에 안든다. 흙을  밟아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다. 개도 많다 며 줄줄이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끝이 없었다. 내려가자, 내려가자란 말 뿐이었다.


그 모습이 싫으면서도 그 모습에서 내가 보여서 나는 또 울적해졌다.

나도 남자친구와 다니면서 저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지.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그를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 정말 미안한 감정이 솟구치면서 에잇 다 때려치고 그냥 내려가자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버렸다.


자락길을 걷기 시작한지 30분만이었다.

엄마한테 메타세콰이어길을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그 숲길에서  간식도 까먹고 싶었는데 엄마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


결국 엄마의 소원대로 내려가기로 했고 뜻밖에 내려가다 봉원사라는 절을 만났다.  드디어 원하는대로 된 엄마는 평소 좋아하는 사찰방문까지 하게되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셨다.


우리 모녀는 경내를 한바퀴 돌고 보시를 한뒤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와 신촌에서 신촌설렁탕에 가 냉면을 두그릇 뚝딱 비웠다.

이번에야말로 꼭 완주를 하고 싶었던 나는 완주를 못해서 너무 서운했다.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엄마는 꽁짜니까 깍두기를 많이 먹으라고 채근만 했댔다.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먹물로 만든 찹쌀빵을 한덩이 사가지고 나온뒤 엄마는 집으로 나는 동대문 일요시장으로 향했다


일요일마다 동대문 광희 패션몰 근처에서 열리는 일요시장은 덤핑시장이라 내가 엄청 좋아하는곳이다. 이월상품과 보세, 그리고 중고의를 파는 시장인데 개인적으로 동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아아!  드디어 혼자가 됐다.

라디오를 들으며 내가 가고 싶은곳 어디로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다. 나는 2천원 짜리 반팔 티셔츠를 5장 사서 검은 봉지에 꾹꾹 눌러담았다. 땀을 많이 흘리니까 매일 2장은 기본으로 입어야하니 싼게 최고다. 큰 사이즈를 고르느라 힘들었다. 어서 살을 빼서 작은 사이즈의 옷들도 입고 싶은데......


집으로 돌아오는길 만보기를 켜봤다.

16,499보.

어제 3,762보밖에  안 걸었으니 이틀합쳐 평균내면 하루 만보구먼. ㅎㅎㅎㅎㅎㅎ.


날씨가 은근슬쩍 더워지고 있다.

무릎도 얼추 괜찮아졌으니 이제 슬슬 헬스를 시작해야겠다.

에어컨 바람아래서 유튜브랑 넷플릭스 보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 보자구!


그리고 내일은 한달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마지막 인바디 체크 날이다. 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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