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완돌 키우는 T Feb 02. 2021

탐석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4. 수정은 어떻게 발견되나요?

여러분들이 제게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하셔서 부족하나마 대답을 해 드렸는데, 그 대답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의 미욱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정된 이야기만을 들려드릴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두시고, 모쪼록 참고로만 생각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처음으로 햇볕을 본 맑은 연수정



Q. 언양에서 수정을 찾으려면 돌무더기를 살펴야 되나요? 아니면 이암을 부숴봐야 되나요?

A. 무작정 찾아다니면 허탕을 치기 쉽습니다. 어떤 식으로 수정이 발견되는지에 대한 사전학습이 도움이 됩니다.




수정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발견됩니다.

1. 암석 표면에 붙어서 노출된 유형
 아주 운이 좋다면 노상에서 모암에 붙은 채 대기 중에 노출된 결정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지극히 드물고, 채집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적절한 장비가 없이 암석을 깨려고 근처에 충격을 주면 수정의 약한 부분이 깨지면서 결정이 망가져 버립니다. 이런 경우는 적절한 장비가 없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뒤집어진 채 노면에 박혀있던 것을 우연히 찾았습니다.



2. 큰 비가 내린 후 산사태 등으로 인해 절개지나 폐석더미로부터 자연적으로 굴러 떨어져 하천 바닥이나 노면에 박혀있는 경우.


 누운 경우 선 경우 처박힌 경우 등이 있습니다. 눕거나 선 경우는 발견하기 쉬우나, 거꾸로 처박힌 경우는 전혀 결정같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건 파서 뒤집어보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충주에서는 파쇄된 폐석더미에서 흘러나온 수정 결정이 이러한 유형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언양에서는 이렇게 발견되는 것은 다소 드문 것 같습니다.


3. 정동에 묻혀있는 경우.


정동을 찾는 것의 장점은 결정을 손상이 가장 적은 상태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동 안에서 이미 지각변동의 에너지에 의한 손상이 있을 수도 있고 꺼내는 과정에서 손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작은 것부터 아슬아슬하게 결정과 그냥 돌의 경계에 걸쳐있는 것과 보석급의 결정까지 다양한 퀄리티의 결정을 만날 수 있는데, 언양의 경우 보석으로써의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은 정동에서 발견된 자수정 중에서도 10% 정도라고 합니다.



Tip 하나. 정동이 쉽게 발견되는 환경적인 조건의 예시입니다.
1. 절개지
2. 기반암(주로 화성암인 페그마타이트)에 석영맥이 흐르고
3. 기반암의 틈에 진흙이 차 있는 곳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 장소의 근처에 수정 결정이 있을 가능성이 많았어요.

연수정 기둥 위에 연한 자수정결정이 맺혀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의 형태를 통해 형성되는 과정에서의 지각변동을 유추할수 있습니다


Tip 둘. 정동에서 수정이 형성되는 원리와 발견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정동마다 형성된 과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현재의 주변 조건과 결정의 형태, 색상 등을 보고 그 역사를 유추해 볼 수가 있습니다.)

1. 지하에 형성된 화성암의 기포 또는 지각변동으로 생긴 균열 등의 빈 공간에
2. 열수용액이 공급되어 충분한 시간 동안 온도와 압력이 유지된 상태로 결정이 성장
3. 이후 융기나 침식으로 정동이 지표면으로 올라오면서 기반 암석에 균열이 생기거나 암석이 풍화됨으로 인해 정동에 진흙이 유입됨
4. 발견된 모습이 현재의 모습.




 탐석에서 볼 수 있는 정동도 유형이 여러 가지입니다.


ㄱ. 모암이 되는 단단한 암석 속에 들어있는 경우. 광산에서 인공 동굴을 조성해 찾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법적으로 지정된 광구인 경우에, 이러한 지역은 개인이 임의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진입하는것 만으로 침입죄이며 탐사권 조광권 등의 권리침해, 절도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보통 이런 지역은 진입금지 표지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일부러 막아둔 곳은 안 들어가면 됩니다. 또, 문제가 생겼다면 최대한 협조하여 원만하게 합의로 넘어가도록 합니다.


ㄴ. 풍화된 큰 바위틈의 진흙과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있고, 저는 이런 곳을 주로 찾아다닙니다.


ㄷ. 진흙이 없는 바위 속 공동의 깨끗한 지오드인 경우도 가끔 있는데 이건 아주 미세한 크기인 것만 보았고 언양에서 탐석으로 발견하기는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ㄹ. 황토 흙에 묻혀있는 경우.
황토 속에 불투명한 석영 러프가 많이 박혀있으면 근처에 정동이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언양의 경우 탐석 하다가 석영맥에 인접한 곳에 철광석이 있으면 자수정 정동이 있을 가능성이 많고, 같은 조건인데 철광석이 없으면 대개 연수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연수정과 자수정은 단지 성분만 다른것이 아니라 형성과정에서의 압력과 온도 등의 조건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제가 관찰한것은 단편적인 경험일 뿐일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황토 같은 토질에서는 윈도 쿼츠나 투명한 러프, 용비늘 같은 형태가 나오고, 풍화된 바위틈에 철광석으로 인해 오색빛깔 황토와 석영이 있다면 자수정이, 풍화된 바위틈의 입자가 고운 진흙에서는 펠드스파와 칼사이트의 결정과  흑운모, 연수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언양에서 관찰한 결과이며 다른 지역의 경우는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사진자료를 충분히 준비하면 좋았을 텐데, 탐석을 간 날의 대부분이 우중이라, 작업하면서는 물과 진흙 때문에 스마트폰이 오작동을 하여 도저히 촬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은 집에 돌아와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인접한 정동이었는데도 각각의 정동의 환경에 따라 수정의 느낌이 상이한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4. 누군가 캐서 가다가 흘린 경우 또는 어린이와 초보 탐석꾼들을 위해 눈높이에 올려두고 간 경우. 이건 딱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알 수 있습니다. 큰 행운이고, 탐석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릴 적 이런 방식으로 생면부지의 좋은 분께 선물을 받은 기억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나누고 베풀고자 하는 의지를 본받고자, 저 역시 탐석을 다니다가 좋은걸 많이 찾은 날은 어린이의 눈이 닿기 쉬울 것 같은 바위 위에 올려두고 오기도 합니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어린 벗들과 그 보호자들이 이 길에서 위험하거나 헤매지 않고 평화롭기를 소망합니다. 경험과 지식은 나누면 커지고 강해집니다. 우리에게 앎이 곧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광물자원의 매장량은 한계가 있습니다만, 개인적인 탐석에서 보물을 찾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탐구심으로 바라보면, 모든 반짝이는 것은 아름다우니까요.

감사합니다.

이전 07화 탐석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