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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완돌 키우는 T Apr 11. 2021

운명의 자수정

T의 탐석 이야기.

이번 장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년에 탐석에서 데리고 왔어요! 사실 저는 이렇게 크고 뚱뚱한 물건은 좋아하질 않는데, 취향을 뚫고 들어와 버렸달까요.


산에서 만나 가족이 된 돌 친구. 겉은 붉은 쇳물을 뒤집어썼고 속은 보랏빛이 투명합니다. 잘 발달된 결정의 구조와 군집이 멋집니다. 

언양의 전형적인 스타일은 아니지요? 광산과 조금 떨어진 산 꼭대기에서 만났어요. 지층의 결을 더듬다가 포켓을 발견했지요. 초심자의 행운이었답니다.


 그건 완전 환상적인 상황이었어요. 때는 작년(2020) 초여름 즈음이었던 것 같고, 처음엔 제가 흙에서 수정 조각이 비죽이 나와있는 걸 찾았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호미로 조금 파내니 흙이 오색빛깔로 층이 져 있었습니다. 그런 건 처음 봤어요. 훗날 언양의 B자수정 사장님께서 알려주시길, 그걸 광산에서 쓰는 용어로 '구박'이라고 부른다고 하시더군요.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있던 정동이 풍화에 의해 삭으면 그런 오색빛깔 흙이 된다고 해요.


 그리고 마침 그때, 바람이 위로 솟구치고 주위의 나뭇잎들이 허옇게 뒤집히며 마구 흔들리더니 하늘이 캄캄하게 어두워지고 소나기가 막 쏟아지는데... 그 비를 맞으며 호미만 가지고 정신없이 조그만 수정 조각을 꺼내고 또 꺼냈어요 부드러운 흙에서요! 유튜브의 crystal collector채널에서 본 것보다도 쉬웠어요.

한참 수정을 캘 때는 구름이 낮게 깔리고 천둥번개가 엄청 가까이에서 쳤어요. 조금 무서워서 지면에 바짝 붙어 있었지요. 그러다가 서서히 날이 개이기 시작했어요. 쫄딱 젖었는데 너무 신나서 크게 노래 부르면서 빗속에서 춤을 췄지요. 그리고 저 위의 뚱뚱한 돌 친구가 거의 마지막으로 태어났어요.

무슨, 좋은 명상을 한 것 같았어요. 그 과정이 끝나고 나니 비도 그치고... 몸이 너무 가볍더군요. 신기할 정도로요. 놀라웠어요. 그 순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빛났어요.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인생의 유일회적인 사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날 찾은 돌들 중에 좋은 것은 추려서 가까운 벗들에게 나눠주어 흩어버리고, 또 일부는 진열 상자에 모아 두고, 광물 카페에 계신 분들께 나눔으로 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무척 즐거웠어요.

사실 저는 많은 분들과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저는 이 과정의 경험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같이 경험을 나누고 같이 행복해지면 더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몇몇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탐석을 취미로 하는 모든 분과 결이 맞지는 않을 것 같더군요.


자랑이 지나치니 괜한 부러움을 사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도 생길 수 있겠구나 싶었을 때도 있었어요. 또, 관련된 여러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한 거지만, 의도가 아니더라도 자랑을 해서 남을 부추겨 끌어들이면 결과적으로 좋아하는 장소의 주변을 어지럽히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됐어요. 뭐든 과유불급인 것이지요.

사람은 원하는 바가 저마다 다르니까요. 모쪼록 각자 뜻한 바를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탐석 초년생이었습니다 :) 여기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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