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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완돌 키우는 T Feb 20. 2021

탐석의 시작

내 돌을 내가 줍습니다.

제가 작년(2020)부터 한 해간 탐석을 좀 열심히 다니는데요, 사실 어디로 놀러 가야 할지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근사한 장소나 장비에 비용을 많이 들일 형편은 안 되고, 아이들 몰고 다니고는 싶고, 이왕이면 목적의식이 있는 과정이었으면 하는데 탐석을 해 보니 그만한 재미가 또 없더군요.

아이들이 조금 어릴 적에는 인근 동네 습지와 산으로 새와 버섯, 식물을 보러 다녔습니다. 철새가 둥지를 트는 장소며, 오리가족이 물고기를 잡고 노니는 곳, 도롱뇽이 알을 슬어놓는 개울... 찔레순을 꺾어 씹거나, 봄나물과 아까시꽃을 따다 튀김을 해 먹기도 하고, 산딸기가 여는 구릉지로 다니기도 하고요. 주제가 바뀌었어도 도시락을 싸서 좋은 자리를 찾아 가 밥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일상적인 패턴만큼은 늘 똑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별을 보러 다니고 싶었습니다. 머지않아 그럴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광물 카페에서 알게 된 어떤 분이 제게 묻더군요. 어떻게 탐석을 시작하게 되었느냐고요. 저도 그 시작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단지 아이들을 몰고 언양 계곡에 물놀이를 나왔다가 근처에서 운 좋게 수정을 줍게 되었고, 아마 그것이 최초의 탐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것도 제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흙 속에 있던 수정이 제 발 앞에 떨어져서 주운 거였어요.

저는 유일한 신을 믿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은 많이 있습니다. 탐석도 그렇습니다. 저는 어설프고 뭘 잘 모르는데 그냥 눈앞에 돌이 있고, 그 돌을 주울 수 있으면 줍습니다. 그 순간 저는 세계 전체의 일부이고, 제 손은 단지 저의 신체를 넘어 장면 속의 손입니다.

어제 언양서 만나 뵌 귀인께서는 '돌 줍는 건 도 닦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를 들어주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어떤 분이 제게 돌 줍는 방법을 물으신다면 저도 참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고, 그래서 '초보자를 위한 탐석 가이드' 시리즈도 작성해서 공유해 드렸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거기까지입니다. 자기 돌은 자기가 줍는 거라, 어떻게 더 설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서 막 주운 조그만 돌을 보여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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