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글쓰기
안녕하세요. 3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아침부터 장문의 글 죄송합니다
저는 회사 다니며 8년간 자격증 공부를 하고, 대학원도 다녔습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기보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공부, 결과물(자격증, 졸업장)만을 위한 시간이라 참아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서구권으로 여행을 처음 나가보았어요. 그동안은 긴 비행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워 가까운 곳만 다녔거든요. 비교를 하면 저만 괴로워지는 것이지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젊은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이 친구들은 ‘일찍 자기 취향을 발견하고, 삶의 어두운 부분을 걷어내는구나 ‘ 하고요.
참아가는 공부 끝에 근로자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개업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손에 넣기는 하였고 현재 개업 준비를 하는데 뭔가 막막합니다.
그동안은 시험시험 근로근로 뚜렷한 길이 있다 보니 오히려 앞만 보고 갔는데, 저에게 아무 길로 갈 자유가 생기니, 이 덩그러니 놓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직업 외에)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밀려오는데요. 개업 까지는 아직 3달 정도 여유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면 좋을 책이나 하면 좋은 프로그램이나 강좌 등이 뭐가 있을지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독서 모임 단톡방에서 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장문이라 미안하다며 시작한 글은 솔직했고 담백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댓글 하나를 남겼다.
"3개월 동안 안 해 본 것들 해보세요. 당신이 찾고 있던 마법은, 당신이 피하는 일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개인적으로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이제는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해 보세요'라고.
소설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책이 있다. 그녀는 겉보기에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다. 성공한 남편, 화려한 커리어, 멋진 저택, 파티와 쇼핑. 그런데 그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1년간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에서 마음껏 먹고, 인도에서 기도 명상을 하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그 여정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을 알아가고 행복을 찾은 그녀는 마침내 행복의 진실을 깨닫는다.
“다 버리고 떠날 용기가 있다면, 그 여행의 매 순간마다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다. 어깨를 부딪친 모두가 삶의 스승임을 안다면, 아픔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진실은 당신을 비켜가지 않는다”라고.
무슨 일이든지 끝까지 해낸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애썼다'는 말은 아름답지만, 때로는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한 명언이 있다. “Don't try (애쓰지 마)”
찰스 부코스키의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너무 애쓰다 보면 사람은 독해지고 비루해지기도 하니까. 그럴 때마다 애쓰지 말고, 순리에 따라 살자, 지나치게 애쓰다 상하지 말자라고 혼자 되뇌곤 한다.
3개월간 무엇을 하면 좋을까?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추천하고 싶다. '안 해본 것 해보기'
그동안 시험공부와 먹고사니즘 때문에 여유를 부린 적이 없었을 테니, 마음껏 여유를 부려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멍 때리기, 커피숍 가서 사람 구경하기, 비싼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 것 마음껏 먹기, 무작정 바다 근처로 떠나 하루 종일 누워있기, 예약하지 않고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 타보기, 예약하지 않고 공항에 가서 아무 곳으로 떠나보기 등등. 이제껏 정답을 찾아 살아왔으니, 이제는 정처 없는 유랑도 해보라 권하고 싶다. 3개월간 만이라도.
법륜 스님은 인생을 '뷔페'에 비유하셨다. 막상 먹어보기 전까지는 내가 이 음식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른다며, 머리로만 알 수 없고 직접 맛봐야 안다고.
삶도 마찬가지다. 해보기 전까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안 해본 걸 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무엇을 더 배우려고 하지 말고, 채우려고 하지 말고. 3개월간 필요한 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니까.
애써본 시절이 다들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성공, 승진, 자격증을 위해 나를 갉아넣은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애씀의 결과로 내가 얻은 건 번아웃과 살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방황했다. 이유 없는 화가 치밀어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그리고 다행히 독서와 글쓰기로 나만의 길을 다시 찾았다.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기 위해, 두 번 다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3가지를 나에게 해준다. 2가지는 매일 하고, 1가지는 가끔 한다.
매일 하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다. 유혹뿐인 세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책에서 배우고, 글을 쓴다. 오늘 하루 일어날 일과 일어난 일을 돌아보고 혹시나 나에게 오류는 없었는지 돌아보기 위해 쓴다. 무엇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독서와 글쓰기를 매일 하는 중이다.
가끔 하는 건 춤이다. 일주일에 두 번 살사(라틴댄스)를 배우러 간다. 일상의 에너지가 부쩍 떨어진다 싶으면 매일 가기도 한다. 일 때문에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음악을 틀어놓고 집에서 혼자 춘다. 지금은 와이프와 둘이 춘다.
이 세 가지는 마흔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난 이 세 가지를 통해, 내가 안 해본 것을 통해 나만의 길을 찾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찾고 있는 마법은 내가 안 해본 일들 속에 있었다는 걸.
3개월은 짧겠지만, 안 해본 걸 해보면서 답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 권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