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삼천포로 빠지는 이유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중구난방이네요.'
17일쯤 글을 쓴 학인이 글쓰기 단체 카톡방에 불만을 올렸다. 글쓰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단골 불만이다.
당연하다. 처음 쓰는 글이 일목요연할리 없다. 생각이란 것이 그렇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선은 받아들이자.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생각도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글을 쓰다 보면 특정 단어가 또 다른 기억을 불러오고, 또 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글이 삼천포로 빠진다. 쓰면서 알게 된다. 내 글이 자꾸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는 걸. 지극히 정상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사실 우리가 읽는 책은 수많은 퇴고의 결과물이다. 모르긴 몰라도 작가들 또한 처음에 자신이 쓴 글(퇴고를 거치지 않은 글)은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글이었을 것이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도 괜히 있는 말이 아니듯 말이다.
하지만 중구난방이었던 글도 퇴고(반복해서 수정)를 거쳐 나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책 제대로 읽는 법>>의 경우는 11번 퇴고를 했고, <<인생은 살사처럼>>은 7번 퇴고했다. <<돈 버는 독서습관>>은 8번 퇴고했다. 편집자와 함께 수정, 재수정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마지막 퇴고할 때쯤 알게 된다. 내 글도 괜찮은 글로 바뀌었다는 걸 말이다.
글쓰기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쏟아 내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생각의 통로를 넓히는 작업이라 생각하면 쉽다. 처음 글을 쓴다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통로' 만들기다.
통로가 넓어야 내 안의 있는 것들을 잘 ‘나가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될 리 없다.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니 나가는 길 넓히기에 집중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부담이 꽤 준다. 나에게 있는 걸 그저 나가게 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것은 대단한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며 그저 흘러가는 일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쓰면 글쓰기가 편해진다.
쏟아내지 않고 글을 미리 구성해서 쓰는 방법도 있다. 글의 설계도를 미리 작성하고 쓰는 것이다. 칼럼이나 에세이, 설득하는 글이 대표적이다. 설계도를 작성하는 방법은 다양하니 관심 있다면 검색을 해보자. 대표적인 구조는 주장 - 이유 - 근거 - 주장의 구조다. 누군가는 OREO라고 이름 붙였고, 누군가는 PREP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외에도 많다.
하지만 초심자가 접근하기는, 아직 무리다. 그러니 처음엔 생각의 통로 만들기에 집중하자. 이후에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퇴고를 해보자. 퇴고하면 할수록 나아지는 경험을 얻게 될 테니. 더 욕심이 난다면 구조화를 해놓고 글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