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우연, 하루 두쪽 책 읽는 남자

by 오류 정석헌

"저, 오늘부터 하루 두쪽씩 책 매일 읽어요."
"그거 읽어서 되겠냐? 매일 한 시간씩 읽어야지."

"근데 한 시간씩은 너무 힘들잖아요. 두쪽이 저에겐 딱이더라고요."

"며칠이나 가나 보자."


하루 두쪽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매일 두쪽씩 읽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고작 그거 읽어서 되겠냐, 책은 그렇게 읽는 게 아니다. 며칠이나 가나 두고 보자. 이런 말을 들어도 오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류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난 4년간 책은 평소엔 아예 펴보지도 않다가 모임을 3일이나 4일을 앞두고 몰아서 읽었었다. 이유는 책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오류에게 하루 두쪽의 발견은 큰 행운이었다. <습관 홈트>에 따르면 습관의 핵심은 매일 100퍼센트 지키는 것이었다. 하루 두쪽 읽기는 매일 100%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 두쪽은 천천히 읽어도 10분이면 충분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책을 읽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동그라미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동그라미를 그리지 못하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행사로 지친 날, 밤늦게 과음한 날 혹은 외부 출장 등에 일이 생기면 책 읽기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달력에 빈칸을 바라보며 고작 10분 시간도 못 내는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방법을 바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쪽 읽고 일과를 시작하기로. 알람을 설정했고 알람에 레이블을 달았다.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두쪽 읽은 뒤 나머지 일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는 하루 두쪽 읽기로 시작되었다. 그리하니 빠뜨리는 날이 사라졌다.


매일 아침, 하루 두쪽. 그렇게 하루가 쌓이고 한 달이 쌓이고 6개월이 쌓였다. 달력은 동그라미로 가득 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가슴에서 뭔가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나도 무언가 할 수 있구나, 아니할 수 있겠구나'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계속하면 되겠다는 강한 확신이 일었다. 세 번째 우연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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