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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연 Feb 18. 2017

다른 계절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알싸하다.

가슴 가득 들이마신다. 한결 마음이 놓인다.

메마른 입사귀가 가지 끝에 매달려 나부낀다.

떨어질 듯 말 듯 보는 내 마음이 불안하다.


이제 하나둘씩 회색으로 변해

봄이 올 때까지 다시 잠들겠구나.

끝까지 붙잡고 있던 너마저 흩어지면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을 보며 담배 한 대 태워야지.


햇빛이 쨍쨍한데도 내 귀가 시린 것은

아직 봄이 아니 와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겨울이어서 일까.


왜 그리 오랜만에 너를 보았는데도

너는 가을이었고 난 겨울이었던 걸까

우린 똑같은 시간 속에 살았는데

어째서 우린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걸까


아쉽게도 너는 불타는 가을이 어울렸고

나는 이 포근한 겨울이 좋다.

비록 코끝이 찡하고 귀가 시려도,

난 네가 있는 가을보다

내가 있는 겨울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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