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까라딸 강, 우스토베

by 문성 moon song Apr 29. 2016

까라딸 강은 흙빛이었다. 그것도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강렬한 황토빛에 여기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 의심을 하는 건 나뿐인 것 같았다. 모두들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는 얼굴이 한껏 태평했다. 나는 낚시보다는 거대한 흙빛 물결에만 코를 빠뜨리고 있었다. 둔덕 아래 굽이치는 거대한 흐름이 메마른 땅을 적셔주는 풍요로운 무엇이라기보단 메마른 땅을 가르고 밀어닥치는 거칠고 억센 무엇처럼 보였다. 강을 보며 여기에서 수로를 내어 농사를 지었을 이들을 떠올렸다. 물길에 수로를 내어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벼농사와 목화농사를 지었을 이들을 그려보고 있었다.


우스토베에 있는 동안 몇 번이나 낚시를 하러 나갔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여행객인 나뿐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느긋하게 움직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느릿한 걸음걸이만으로도 그곳에서의 삶이 얼마나 천천히 흘러가는지 느껴졌다. 드넓은 벌판 위로 해가 떠올라 역시 드넓은 하늘위로 움직이는 그 속도에 맞춰서 슬로우 비디오처럼 지나는 하루하루. 그들에게 낚시는 뜨겁고 긴 여름해를 견디는 즐거움인 듯 했다.


이전 12화 우스토베의 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