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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슈토베 언덕에서 내려다본 들판은 푸르렀다. 논이었다. 생명력을 자랑하듯 힘차게 뻗어오른 잎들이 눈부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이 출렁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바슈토베로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은 그래도 살아남았고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인근 까라딸 강에서 수로를 내 황무지를 논밭으로 만들고 특히 벼농사로 중앙아시아 농업기반을 다지는데 역할을 했다고 했다. 황량하기만 했던 땅을 갈고 물길을 만들어 꾸준히 일궈냈음을 그 초록물결이 말해주고 있었다. 바슈토베가 아니어도 우스토베 시내에서 조금만 나가면 언제나 논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현지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는 것을 구경하고 수로에 앉아 낚시하는 이들에 동참하기도 하고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지평선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땅에 펼쳐진 푸른 들판을 그 속에서 느긋하게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 풍경 위로 펼쳐진 구름과 그 뒤로 지는 태양을 한참씩 쳐다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