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가다가 종종 맞닥뜨린 광경. 차가 미친듯이 질주하다가 앞에 선 차를 보고 멈춘다. 어슬렁어슬렁 아주 천천히 소떼와 양떼가 지나간다. 지나가다 말고 차 옆에서 풀을 뜯다가 차앞에서 주저 앉아버리고 또 호기심에 차서 차안을 들여다보기도한다. 그것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고 멈춰서서 기다린다. 떠나고 남은 뽀오얀 먼지를 보며 시동을 켜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번번이 마주치는 광경에 이 땅의 주인은 이들 소떼와 양떼, 말들인가보다 하다가 이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판과 이들이 일으킨 자욱한 먼지가 흐릿하게 사라지는 대지를 바라보며 아니 이들을 품어주는 이 대지가 이 땅 자체가 이곳의 주인인가보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