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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 이곳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그렇겠지만 -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수레, 말과 소 그리고 낙타가 끄는 달구지, 자전거, 오토바이와 자동차까지 온갖 종류의 탈 것이 늘어서있었다. 고려인과 카자흐인, 러시아인, 동글납작한 모자를 쓴 유목민들까지 역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물건을 내놓고 또 바꾸고 또 다른 물건들을 사갔다. 고려인들은 특히나 양념류와 우리도 즐겨먹는 김치와 나물과 같은 익숙한 반찬들을 팔고 있었다.
허허벌판에 세워져 있는 시장답게 냉장시설 하나 없이 고기도, 생선도, 야채도 과일도 그대로 내놓고 팔고 있었다. 냉장고가 없으면 아무리 건조한 기후를 자랑한다 해도 파리와 날벌레가 들끓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도축을 하고 무게를 재고 고기를 사고팔았다. 어딜 가나 손으로 적은 가격이 있는 딱지들을 붙여놓고 파는 덕분에 간신히 몇마디 러시아어만 지껄일 줄 아는 꿀먹은 벙어리인 나도 조그마한 손지갑과 체리를 손에 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