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7-(3): 영상제작자 김선영
무형문화재 기록화영상, 방송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영화 <한창나이선녀님>, <땅에 닿지 않는 아이들>과 같은 다양한 작업들은 각각 영상의 문법과 내용, 상영 매체, 감상하는 이들의 스펙트럼은 다르지만 결국 현상을 카메라로 포착해서 담아내는 기록영상, 즉 다큐멘터리로서의 본질을 갖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제작자로서 다큐가 갖고 있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선영: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 가장 큰 매력이 있어요.
드라마를 보면, 세상에 이리 극적이고 재밌는 이야기가 있구나 싶을 만큼 놀라운 흡입력이 있어요. 반면 다큐는 그리 극적이지 않죠. 같은 전쟁을 주제로 하더라도 드라마는 전쟁이 주는 공포 등을 가장 극적으로 연출을 한다면 다큐멘터리에서의 전쟁은 사건의 기록입니다. 그러다 보니 극적인 연출보다 현장을 기록한다는 데에 (극적인 흡입력에) 한계는 있죠. 하지만 사람에게는 연상력과 공감력이 있잖아요. 한 장면만으로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는 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내 삶으로 공감하게 하는 힘이 다큐멘터리에 있어요.
<한창나이 선녀님>같은 경우, 글을 모르는 강원도 한 할머니가 글을 배우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예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임선녀 할머니는 울지 않으세요. 단 한 장면도 우는 모습이 없지만,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을 짓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요. 그건 (나에게) 내 삶이 힘든던 것처럼 다큐멘터리 속 인물도 참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구나 하는 공감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 존재하는 주인공의 목소리에 더 깊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매력이죠. 그래서 (다큐메터리를 찍을 때는) 카메라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우리에게 던져 주는 것.
다큐멘터리는 이미 하나의 영상장르이자 예술장르로 인정을 받은 지 오래지만,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다큐멘터리를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기록을 충실히 한다는 저널리즘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쪽과 예술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쪽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작자로서는 그와 같은 관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방송을 비롯해서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그리고 문화재 관련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제작하고 계시는데, 콘텐츠를 제작하실 때 예술작업으로서 고려하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선영: 플랫폼에 따라 다르게 접근합니다.
방송다큐멘터리는 주로 정보전달 및 흥미성을 다룹니다. 반면 극장에서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감독관이 많이 들어가는 예술적인 측면을 중시하죠. 다큐멘터리 영화도 시사, 휴먼 등 다양한 장르에 따라 예술성의 표현이 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감독의 시선입니다. 이 시선이 빠진다면 방송다큐와 크게 차이는 없어요.
실제로 <한창나이 선녀님>에서 원호연 감독은 전체 촬영을 50mm 단렌즈만으로 촬영했어요. 감독이 현상을 볼 때 적합한 단렌즈의 장점을 위해 (다른 렌즈로 얻는 효과를 포기하는) 단점마저 안았죠. 그리고 감독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는 영상촬영에 많은 힘을 쏟았죠. 이 감독관이 예술성으로 차별성을 낳습니다.
제작자로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준비하고 계시는 작업이 있으신가요.
김선영: 지금 기록화 작업을 하면서 제게 영감을 주신 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기록영상에서 마저 하지 못했던 아주 사적인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그 이야기도 역시 궁금해지네요. (웃음) 기록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 외에도 제작자로서 다른 계획이 있으신지, 혹은 제작자로서 이루고 싶으신 꿈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선영: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무형문화재 기록영상의 범위를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무형문화재 작품과 보유자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그 작업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다소 국뽕 같이 들리겠지만 (웃음) 한국에 이렇게 우수한 예술가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작업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요, 영상제작환경이나 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선영: 요즘 K-콘텐츠가 유명해졌죠.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큐멘터리 콘텐츠 또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할 만큼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고 있어요. 그럼에도 관심이 참 부족합니다.
많은 분들이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시는데, 극장에서 다큐멘터리는 보지 않으시죠. 참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그건 아마 한국의 방송 다큐멘터리가 워낙 잘 만들어져서 그냥 (TV를 틀면) 공짜로 보는 게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마치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막상 등한시하는 현상처럼요. (우리) 다큐멘터리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봐주시는 풍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작자로서 영상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바라는 게 있는지요. 그리고 관람객으로서 영상을 감상할 때의 팁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선영: 영상을 볼 때 팁은 없어요. 그냥 자신이 보는 방향대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영상이 ‘왜’,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미리 기획 의도를 훑어보면 더 편하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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