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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pr 13. 2022

2018.3.19 / 한국인 쭈구리 한 명

케언즈, Lagoon & Night Market

여행이라기보다 친척 언니의 집에서 머무른 것에 가까웠던 다윈을 벗어나 홀로 걷는 여행길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윈 공항에서 출국장을 찾지 못하여 한참을 헤매었던 데다가, 도착 후 날씨는 비를 쏟아내며 험악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공항 정류장에서는 그 누구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날씨는 습하였던지라 마치 하늘에서 침을 뱉듯이 뜨뜻미지근한 비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고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이 맞는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아 공항 내 카운터로 찾아가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당 버스는 공항 내 카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기다리다 하나 둘 내 곁으로 모여들었고, 이윽고 픽업 버스가 도착하였다. 그러나 주위 관광객들과 소통을 하지 못했던 나는 홀로 버스가 다르다며 멀쩡한 버스를 보내려 하였고, 친절하신 기사님이 누차 확인해주신 덕에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다. 사실 킹스크로스 스시바에서 일한 이후로 되려 영어에 자신감이 줄어든지라 활기찬 분위기에 함께 동화될 자신이 없었다.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보다 영어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어있었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유러피안들의 그 자유로운 분위기에 선뜻 동참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분홍색 가방을 꼭 껴안은 한국인 찐따는 긴장상태에서 숙소에 당도하였고 간신히 백팩커스에 도착해 짐을 풀 수 있었다.


그 백팩커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홀로 여행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유러피안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들은 비록 혼자 왔을지라도 다른 일행들과 줄곧 어울리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아늑한 분위기의 멜버른 YHA 호스텔에서는 혼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라운지에 내려가 저녁도 먹고 친구들과 통화도 하며 보내었는데 실내라고는 방과 리셉션이 전부였던 그 호스텔은 도무지 아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케언즈의 날씨는 그레이트베어 리프를 여행한 하루를 제외하고는 장마철과 다름없었다. 화장실은 특이하게도 방 안에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갈 수 있었는데 그 사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던 나는 힘들게 옆 동 샤워실을 이용하는 일도 있었다. '이 문은 무슨 문이지?'라는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끝끝내 발견하지 못할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그 덕에 뒤이어 묵는 룸메이트들에게 샤워실을 설명하며 농담을 나눌 수 있었지만.

케언스 에스플래나드 라군 (Cairns Esplanade Lagoon)

우여곡절 끝에 짐을 정리하고 호스텔로 나와 제일 먼저 본 것은 갯벌로 드리워진 휑한 바다였다. 휴양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소 멀었던 케언즈의 첫인상은 다음날 날이 밝기 전까지 퍽 쓸쓸하게 느껴질 정도였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바닷가 옆 소도시를 떠오르게 했다. 악어 조심이라는 푯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이할 게 없어 보이는 갯벌이어서인지 영어를 모르는 누군가는 한번 즈음은 밑으로 내려가 볼 법하다는 생각에 괜히 무서워졌고,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갯벌은 다소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였다. 라군은 비가 대수냐는 듯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케언즈 시티는 마음만 먹으면 한 두어 시간에 다 둘러볼 수 있다는 말에 저녁을 해결할 겸 곧바로 나이트 마켓을 찾아 나섰다.

Cairns Art Gallery
케언즈 나이트 마켓 (Cairns Night Markets)

나이트 마켓은 마치 동대문시장을 떠오르게 했는데,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탓에 군데군데 일본어로 안내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원주민들의 전통악기부터 시작하여 케언즈의 다양한 지역상품들을 판매했는데 10불에 팔리는 수영복 원피스는 꽤 쓸모 있어 보였고 그밖에도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챙겨갈 것들이 더러 보였다. 나이트마켓에선 무엇보다 '10불짜리 뷔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는데 10불을 웃도는 가격만 지불하면 접시 하나에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을 잔뜩 담아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 반 고기 반이 들어가 있는 맛있는 쌀국수 역시  맛볼 수 있었다. 케언즈에서의 첫날은 다소 외롭고 쓸쓸하였지만 휴양지는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안기며 불행히도 여행 내내 외로움은 나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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