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 Feb 18. 2023

아무렇지 않을 일들

눈이 오는 소리를 듣기도 전에 눈이 내리고야 말았다

봄이 오는 소리를 막아보려 했지만 봄은 오고야 말았다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계절의 흐름을 바라만 보다가 눈을 감아버렸다

여름도 그렇게 가고 가을도 가버릴 일이다

다시 겨울이 오면 창 밖의 눈을 잠시 기다리다가

서늘한 바람 소리에 창문을 굳게 닫고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책장을 넘길 일이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듯

어제처럼 웃으면 될 일이다

오늘이 겨울인가

내일이 여름인가

계절을 도망쳐온 나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다

봄이 온다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물다섯, 스물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