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쁠지 모를 선택을 하는 것과 선택을 유보하는 것 중 덜 멍청한 것은?
생각해보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언제나 제약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아무리 제약이 많은 일을 만나도 그 안에서 차악을 취하는 건 거침이 없었는데,
뭐든 가능하니 결정하라면 뭐가 최선일지 고민고민하다 이내 선택을 피하고 싶어진다.
만약 그게 최선이 아니었다고 판단될 때,
차라리 그걸 수습하는 게 내가 되더라도
틀린 결정을 하는 게 내가 되고 싶진 않아서 누가 대신 결정해줬음 싶어진다.
싸놓은 게 똥일지 황금알일지 미리 알 수도 없고,
만약 똥이라도 어차피 싸질러진 똥을 치운다면
내가 싼 똥 치우는 게 덜 억울하지 남의 똥이 나을까, 논리적으로 멍청한 생각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여태 나는 그럭저럭 일을 잘하는 편이라,
'네가 아무리 똥을 싸봐라, 내가 똥이 되게 두나 뭐라도 하지-'하고 전투적으로 일하기도 했는데,
그 '나는 그럭저럭 일을 잘한다'는 어줍잖은 생각에 오히려 발목을 잡혀서,
‘이 똥은 누가 쌌데?쟤래??'하는 말을 들을까 지레 겁을 먹고 만다.
뭐라도 결정하면 그걸 기준 삼아 또 어찌저찌 하겠지 하다가도,
한 번이라도 헛디디면 회복할 수 없을 거 같아 한 걸음을 내딛기 참 어렵다.
누군가 '니가 아무리 똥을 싸봐라, 우리가 똥이 되게 두나'하고 말해준다면, 좀 덜 어려워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