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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라비다바다 Apr 03. 2024

일주일에 여섯번 요가를 하니 삶이 바꼈다

요가, 너 내 평생의 도도독..동료가 돼라

직장인인 내가 요즘 직장 외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은 '요가'다. 평일 5일 중 점심에 세번, 저녁에 세번 총 여섯 번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 강사를 하려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요가 덕후였던 것도 아니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요가는 커녕 운동을 아예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퇴근 후 아무것도 안한 채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자, 더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무엇이든 해보자는 생각에 가격도 운동 강도도 만만해 보이는 요가를 선택한 것이다. 나는 바로 요가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는 길게 끊을수록 싸다는 유혹에 홀랑 넘어가 얼떨결에 그자리에서 18개월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시작한 것이 어느덧 1년 반이 되었다. 요가를 두세달쯤 했을 때부터 나는 바로 직감했던 것 같다. 내가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이상 평생 안하고는 배길 수 없는 몸이 되었는 것을. 이제는 요가가 주는 힐링이 일상이 되어서 하루도 안하기가 어렵다. 마치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요가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 매력은 바로 '느림'에서 온다.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정적인 운동이 또 있을까? 내 몸의 이런 곳에 근육이 있었다니 싶을 정도로 평소엔 쓸 일 없는 근육을 아주 오래도록 자극한다. 다섯만 세겠다는 선생님은 하나...30초 지나고 둘...30초 지나고 셋...아주 느리게 말하면서 내게로 다가온다. 선생님의 손이 내 몸에 닿는 순간 자극의 강도는 훨씬 강해지고, 나는 속으로 제발 숫자를 빠르게 세어달라 소리치며 고통을 감내한다. 


자세와 함께 호흡도 천천히 이루어진다. 숨을 크게 들이마쉬었다가, 내쉬었다가, 한번 더 크게 들이마쉬었다가 내쉬었다가. 그럴 때 나는 척추측만증을 갖고 있는 내 몸의 불균형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호흡할때마다 척추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갈비뼈 위쪽이 왼쪽은 엉덩이 위쪽이 벌어지는 것이다. 살면서 내 호흡에 온전히 집중할 일이 없는데, 요가를 하면 이렇게 내 몸 구석구석의 미세한 움직임을 크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내가 요가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사바아사나' 시간이다. 사바아사나란 요가의 마무리 자세로 편하게 누워 쉬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냥 대자로 누워있는 자세에 무슨 어려운 이름을 붙인담'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게 요가의 진국이다. 


"숨을 크게 내쉬며 오늘 하루 힘들었던 기운은 밖으로 내보냅니다." 심야라디오 DJ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요가 선생님이 조곤조곤 말씀하신다. 그 말에 한 숨 내쉬면 정말 그런듯한 느낌이 든다. 머릿 속을 어지럽혔던 모든 것들이 말끔히 빠져나가는 것 같다. 스피커에선 가사 없는 신비롭고 묘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음악에 맡겨 온 몸을 편히 흐뜨려 놓는다. 천국 갈때 이런 느낌일까? 얼마나 평화로운지, 누릴만큼 누린 삶을 뒤로 하고 하늘로 승천하는 느낌이 든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이렇게 고요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그외 새소리, 물흐르는 소리 등 ASMR이 깔릴 때도 있고 잔잔한 가요가 나올 때도 있다. 특히 이소라의 노래로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라는 가사가 흘러나왔을 땐 부끄럽지만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또 가끔 어떤 선생님은 싱잉볼을 쳐주기도, 향기를 뿌려주기도 하며 오감에 힐링을 선사해준다. 그래서 이 시간에 나는 하루 중 가장 큰 평온함을 느낀다. 




이렇게 요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잔뜩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뜻밖의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요가하는 한시간동안 온 집중을 다하다보니 뇌에 몰입의 근육이 단단히 잡히는 것이다. 


회사에 있는 동안은 여기저기서 지시가 떨어지고, 전화벨소리가 울리면 1초만에 받고, 누군가의 부름에 즉각적으로 응대해야 하니 도무지 한 곳에 집중할 수가 없다. 쉴 때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들여다 보면 온갖 자극적인 소식들과 숏폼 콘텐츠들에 휩싸이니, 그 연이은 도파민 폭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런데 퇴근 후 요가를 하는 동안은 극도의 집중력이 절로 발휘된다. 특히 인도풍의 신비로운 BGM이 깔린 정통요가를 하고 있으면, 어찌나 몰입이 잘되는지 내가 인도의 요가 수련원-정확히는 푸른 나무사이에 휩싸인 야외 정자-에 있는 같다는 기분좋은 망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이런 망상을 한다


그렇게 한시간동안 외부의 자극에서 멀어져 오로지 요가에 몰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계속 무언가에 몰입할 있는 에너지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것도 요가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하게 것이었다. 요가 샤워하며 사색을 하고 글쓰는 일련의 순서가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가끔 퇴근 후 운동할 기력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엔, 요가를 건너뛰고 집으로 돌아와 곧장 드러누워 쉬워본 적도 있다. 하지만 쉰답시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머릿속은 지저분해지고, 회사에서의 지친 상태가 집에 와서도 연장되는 것 같았다. 힘들수록 요가를 통해 머리를 깨끗이 비워야 비로소 제대로 휴식을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퇴근 후 요가란 그렇게 직장생활과 나의 소중한 저녁시간을 명백히 구분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얼떨결에 시작한 운동이 이렇게 내게 다양한 선물을 줄지는 몰랐다. 

나의 하루 가장 평화롭고 고요한 시간을 가져다줄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정화해줄지. 

하기 전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제 알았으니 평생 놓지 못할 것 같다. 

그러니 요가, 너를 이제 내 평생의 동반자로 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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