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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Apr 08. 2021

디저트를 나눠 먹는 사이


음식에서 부터 음식까지


얼마 전, 전에 함께 근무하던 직장동료 둘을 만나고 왔습니다. 한 친구는 쇼콜라티에, 즉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친구이고, 다른 한 친구는 베이커,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친구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두 친구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가 최근에 한 친구는 전혀 다른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친구는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중국식 핫팟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 갑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친구는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어려움을, 저는 저희 집 고양이 이야기를, 다른 친구는 새로 산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야기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맑은 고기육수였던 핫팟에 육수가 점점 깊게 우러나는 색이 되어가며 늘 그렇듯 저희의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무반죽 빵, 사워도우 레시피, 초콜릿으로 환상적인 작품을 만드는 한 쇼콜라티에의 최근 작품 이야기, 유명한 태국 레스토랑에서 맛본 디저트들과 와인의 궁합에 대한 이야기 등등 결국 우리의 이야기는 음식으로 시작해 음식으로 돌아갑니다. 



몇 년 전, 하루 일을 일찍 끝내고 다 함께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가도 모였던 동료들 모두 미리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디저트가 나오자마자 먹으며 사용한 재료, 만드는 방법, 맛의 조합 등 분석을 하기에 바빴던 서로의 모습에 빵 터져서 웃었던 시간을 기억해봅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하지만, 이미 오랜 습관이 되어 함께 일하며 테스팅을 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나의 뱃살은 그런 소중한 추억이 만든 살이어서 아직도 뱃살을 빼지 못하고 있다'는 한 친구의 말에 얼마나 우리가 즐겁게 일했고, 힘든 날에도 이런 그의 유머감각에 웃고 말았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제가 최근에 글을 쓰면서 생각했던 이야기를 대화 중간에 덧붙여 봅니다.

"그거 알아? 혼자 제대로 챙겨 먹는 디저트는 '나에게 허락하는 보상'이고, '디저트를 나눠먹는 사이'라는 것은 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나눠먹기 힘든 게 디저트인 거 같아." 

제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곰곰이 생각하는 순간을 잠시 가지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친구는 성인이 된 아들의 생일에 만든 특별한 초콜릿 케이크를 나누어 먹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우리는 갓 구워져서 나온 와플을 먹기로 합니다. 와플에 올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친구가 스푼으로 커넬보다 조금 통통한 모양으로 양껏 떠서 올려줍니다. 



오늘 초대해 준 친구의 아내가 직접 만든 와플이어서 더욱 맛있게 느껴져 금세 접시를 비우게 됩니다. 맛있을지 모르겠다며 평가를 너무 냉정하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과 함께 긴장한 듯한 친구의 아내에게 우리 모두 싹싹 다 비운 빈 접시를 보이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니 그제야 활짝 웃는 그녀를 보게 뵙니다. 그녀의 얼굴에서 '맛있었다'며 저희에게 손을 흔들고 가던 손님들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디저트를 함께 나누는 사이


간단한 치즈 안주와 와인을 곁들여 함께 몇 시간 더 자리를 가지던 저희는 어느 순간 서로의 가방이나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저는 남편의 아침식사용으로 종종 만들어주는 호밀빵과 캐슈너트을 꿀과 설탕 시럽으로 코팅한 캐슈너트 강정 (Candied nuts)을, 한 친구는 자신의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에서 양봉을 시작했다며 500g짜리 꿀단지를, 다른 친구는 부활절에 호주에서 가장 많이 먹는 빵인 집에서 만든 핫 크로스 번 (Hot cross bun)을 나눕니다. 서로 주섬주섬 무언가 꺼내는 모습에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사이인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관계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디저트를 함께 만들었었고, 디저트를 함께 나누는 사이'라고 한 줄로 표현되는 우리들의 사이. 

오늘도 함께 디저트를 나누었던 우리는 악수와 포옹을 하며 헤어집니다.

제가 다음번에 만날 때는, 지난번에 다들 무척 맛있게 먹은 한국음식점에 함께 가거나, 예전에 제가 만들어주면 그들이 게눈 감추듯 먹어대던 만두와 김치전을 만들 테니 함께 나누어 먹자는 이야기를 해봅니다. 다른 한 친구는 '그럼 디저트는 내가 만들어올게!' 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엄지를 척 내밀며 헤어집니다. 다음에 함께 나눌 디저트를 기대하면서요-


종종 친구들이나 동료들을 만날때 선물로 가져가는 캔디드 넛츠 (Candied n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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