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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Apr 10. 2021

파티셰도 집에서 홈베이킹을 할까?

홈베이킹을 위한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팁 4가지

저를 두어줄 정도로 소개해야 하는 자리가 생기면, '디저트를 만드는 직업으로 먹고살고 있다.'라고 덧붙입니다. 감사하게도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활짝 웃으며 저희 집 오븐은 매일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힘차게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지, '이런 빵을 좋아한다', '저 케이크를 만들어달라', '마카롱을 좋아한다'는 말을 살갑게 건네곤 합니다. 아주 드물지만 다짜고짜 본인이 집에서 해 먹을 만한 레시피를 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놀라실 수도 있지만, 저는 집에서 홈베이킹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닙니다. 


손님들이 오시면 가장 자주 해 먹는 티라미수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쁠 때는 하루에 12시간, 16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 돌아온 날에는 장을 볼 시간도, 물을 먹고 싶은데 냉장고 문을 열 힘도 없을 정도로 지쳐서 돌아오곤 합니다. 사실 이렇게 바쁜 시즌에는 거의 집에서 베이킹은커녕, 집에서 잠만 자고 출근하기 때문에 잔뜩 쌓인 밀린 빨래를 쉬는 날에는 늦지막 하게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커피를 내리고 세탁기 전원 버튼을 누르곤 합니다.


저도 필요에 의해 홈베이킹 레시피만큼 적은 양의 레시피를 테스트하거나 집에 손님이 오는 경우에만 시간을 내서 만들곤 합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집에서 오븐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지만, 집에서 빵이나 케이크를 굽는 것은 이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저에게도 홈베이킹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홈베이킹은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도구나 재료를 하나하나 구매하는 비용이 꽤 큰 편이기 때문에 취미로 홈베이킹을 하시는 분들에 대해 저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편의 아침식사로 집에서 종종 만드는 통밀과 호밀을 섞은 빵.


홈베이킹 레시피

사실 큰 업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업장에서 쓰는 레시피와 집에서 홈베이킹으로 쓰는 레시피는 무척 다릅니다. 모든 오븐의 상태는 다르고, 베이킹은 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디테일들이 무척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레시피는 레시피 일 뿐인 경우가 참 많습니다. 또, 단순해 보이지만 무엇하나 그냥 대충이 없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일이 이런 부분을 설명하기에는 제가 너무 깐깐한 사람이 되는터라, 친구들이 집에서 할만한 디저트 레시피를 물어보면 홈베이킹 레시피는 유**에 올라온 영상들 중, 가장 집에서 현실적으로 따라 하기 쉽고 실패율이 적어 보이는 영상에 개인적으로 팁을 덧붙여서 친구들에게 보내곤 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유명한 크로플을 만들 때는 만들기 전날 밤, 인터넷에서 구매한 생지나 크로와상을 꼭 냉장고에서 해동해 두었다가 써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하고, 무반죽 발효빵 레시피의 경우에는 추운 겨울날 만드는 경우에는 전자레인지에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함께 반죽 옆에 두면 발효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때로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 집 근처에 갈만한 디저트 가게가 있으면 추천을 해주기도 합니다.


자, 이렇게 홈베이킹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디저트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럼 홈베이킹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강력한 팁 4가지를 공유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디저트를 일로 배우는 분들은 가장 중요하게 익히는 습관들입니다. 홈베이킹을 하실 때 이를 적용하시면 아마 훨씬 더 즐겁게, 그리고 완성도 높은 디저트를 만드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 재료는 계량을 100% 완벽하게 한 뒤에, 만드는 순서는 정확히 레시피를 따라서 섞기를 시작합니다. 

베이킹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정확한 계량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또 섞는 순서에 따라 제품의 완성도가 완전히 다르게 나오는 것이 바로 베이킹의 어려움이자, 사실 따라만 하면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베이킹입니다. 만약 작게 깍둑썰기 한 100g 이 레시피에 기재되어 있다면, 커다란 버터 100g이 아닌 설명 그대로 깍둑썰기 한 버터 100g을 계량해서 준비해주세요. 


또 가루류는 반드시 체에 쳐서 준비해주세요. 이 사소한 디테일은 베이킹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성 들여 잘 만든 쿠키에서 베이킹소다가 떨떠름하게 씹히거나 밀가루가 뭉쳐서 제대로 익지 않은 식감을 느낀다면 정말 속상하겠죠?


가끔 집에서 베이킹하시는 분 들 중에서, 한 볼에 모든 재료를 계량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더 맛있게 내 마음에 쏙 들게 베이킹을 하고 싶으시다면 번거로워도 꼭 하나하나 계량을 한 뒤에 조리순서에 맞게 만드시길 권유드립니다.


2. 조리온도뿐만 아니라 재료의 온도도 중요합니다.

감사하게도 요즘 레시피나 클래스를 진행하시는 분들은 친절하게 계량한 재료에 대한 온도 또한 자세하게 언급합니다. 온도는 베이킹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고, 사실 재료의 온도가 맞지 않으면 알맞은 조리온도를 지킨다고 해도 맛있는 디저트를 제대로 맛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온에 미리 몇 시간 전 두어야 하는 버터, 차갑게 냉장보관을 한 계란, 얼음물 등 동영상이나 책,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볼 때 꼭 재료의 온도를 체크해주시길 꼭 추천드립니다.


3. 세상에 똑같은 오븐은 없답니다.

오븐에서 똑같은 쿠키를 구워도 어느부분은 더 빨리 구워지기도, 혹은 어느부분은 구워지는 데 더 오랜 시간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몇 번 홈베이킹을 집에서 해보면, 본인의 오븐이 팬 부분이 세게 작동하는 오븐인지, 위, 아래, 오른쪽, 왼쪽 중에 어디가 더 열이 강한지 등 오븐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레시피에 나온 조리 적정온도와 시간은 예시일 뿐, 베이킹을 할 때는 꼭 본인의 오븐을 알고, 또 오븐을 계속 살펴주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참고로, 실제로 업장에서 일하는 수십 년 경력의 셰프들도 같은 기종의 오븐 이어도 본인이 쓰던 오븐이 아니면 반드시 테스팅을 하며 오븐의 상태를 꼭 체크합니다.


4. 예열부터, 완성된 제품을 식히는 것 까지 모두 중요한 과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예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거나, 어느 정도 뜨거우면 오븐에 준비된 케이크 반죽을 집어넣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예열의 온도는 제품이 열에 닿는 첫 온도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무반죽 빵을 예로 들면, 예열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빵 반죽을 넣으면 반죽이 제대로 부풀지 못한 채 겉보기에도 완성도가 떨어져 보입니다. 


또, 이렇게 잘 만든 제품을 식히는 과정은 레시피에 기재된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대로 식히지 않은 케이크에서 케이크 틀을 제거하다가 몇 시간 공들여서 만든 케이크의 모양이 완전히 망가지기도 하고, 크로플이나 크로와상 같은 페이스트리류들은 제대로 식히지 않으면 그 매력적인 바삭함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레시피에 제품을 식히는 과정이 기재되어있다면 반드시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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