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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Jul 23. 2020

뜨끈한 참치 애호박 젓국 찌개에
소주 한 모금-

출근하기 싫은 날 , 칼퇴근을 부르는 저녁 메뉴.

출근하기 싫다...

멜버른은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락다운이 시작되었고,

제가 사는 지역에도 아직 완전히 규제가 풀리지는 않아서 저는 아직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짬짬이 간단한 일들을 하고 있고, 제 파트너인 고랑이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출근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고랑이가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어제 점심때부터 고랑이가 '내일 출근하기 싫다...'라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대신 내일 네가 먹고 싶은 메뉴로 내가 저녁 할게. 뭐 먹을래?"

" Absolutely, Your Tuna soup, please (당연히 너의 참치 애호박 젓국찌개)!"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칼퇴근을 부르는 애호박 젓국찌개.

참치에 애호박, 새우젓, 호박, 양파, 감자 매운 고추까지 들어간 애호박 참치 젓국 찌개.  


애호박 참치 젓국 찌개

사실 이 메뉴는 저희 엄마가 바쁘실 때, 카레만큼이나 자주 하시던 메뉴 중 하나예요. 후다닥 끓이지만, 그 맛이 꽤 깊어서 밥 한술을 바로 말게 하는 메뉴이죠. 어렸을 때, 엄마가 출근 전에 이 젓국찌개를 한 사발 끓여두고 가시면 남동생이 배고프다고 할 때, 한그릇 데워서 밥을 말아 호호 불어서 멸치볶음을 한 젓가락 올려서 동생을 먹여준 뒤, 저도 함께 옆에서 먹곤 했어요.

조금 엄마가 늦으시는 날에는 또 한 번 더 데워서 그렇게 먹으면 더 뭉근해진 호박이 입에서 계속

맴돌던 맛은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눈이 시큰시큰해져서 집에 오는 날이면 혼자 눈이 빨개져서 엄마 생각하면서 냉장고에 남은 야채와 참치 한 캔으로 이 찌개를 해 먹곤 했죠,

그리고, 이젠 고랑이가 '먹으면 속이 편한 한국 음식' 이라면서 종종 찾곤 해요.

  

많이 수확하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에 거둔 감자.
이웃집에서 얻어온 엄청난 크기의 트롬본 주키니 

한국에서 처럼 이곳에서는 애호박을 쉽게 구할 수는 없어서 그나마 애호박과 조금 비슷한

grey zucchini나 일반 주키니를 쓰곤 해요. 가끔 한인마트에서 애호박을 발견하면 꼭 사서 해 먹곤 해요.

오늘은 지난가을에 이웃집에서 얻어온 트롬본 주키니를 조금 잘라서 쓰기로 합니다.



준비물: 애호박 1개, 감자 1.5개, 두부 반 모, 파 한뿌리, 참치 한 캔, 양파 반개(매운 고추 1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새우젓 한 큰술. 다진 마늘 1티스푼.


애호박 한 개와 감자를 깍둑썰기하고,

양파와 두부도 호박과 감자 정도의 크기로 썰어서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둬요.

파 한뿌리와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주고요.

참치 한 캔을 바로 따서 참치 기름으로  파와 매운 고추를 볶아준 뒤,

양파를 넣어서 좀 더 볶은 뒤에 물을 부어서 육수를 만들어요.


캔에 남은 참치와 감자를 넣고 감자가 익을 만큼 끓인 뒤에,

애호박과 두부, 새우젓 한 큰술을 다진 마늘과 함께 넣어서 한 번 더 끓여주면 끝.

(기호에 따라 액젓, 후추와 매운 고추를 더 추가해주셔도 됩니다)


글로는 설명이 길지만, 한 10분~15분이면 충분히 준비되는 간단한 찌개예요. 이 찌개의 깊은 맛은 다름 아닌 새우젓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김치 만들 때 새우젓을 처음 본 고랑이는 이 찌개에서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더라고요. 또, 이 새우젓이 아마도 고랑이가 이 찌개를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고요. (소화를 돕기 위해서 돼지고기에 새우젓을 올려 먹는 한식의 지혜로움이란!)



그렇게 출근하기 싫어했던 그럼에도 고랑이는 오늘 출근을 했고, 여전히 살짝 뭉근해진 호박의 맛을 좋아하는 저는 이 찌개를 끓여두고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저녁때, 한 번 더 끓이면 좀 더 깊은 맛이 나면서 감자도 살짝 뭉그러지듯 찬밥과 함께 눌러 먹는 그 맛을 고랑이는 알거든요. 이럴 때 소주 한 잔 반주로 하면 좋겠다 싶지만, 오늘은 참아봅니다.


여러분의 칼퇴근을 부르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소주 한 잔에 뜨끈한 참치 애호박 젓국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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