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밥 한 그릇 나 스스로에게 해 줄 수 있잖아요.
난 요즘 도대체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었지?
이번 주에는 집에 중요한 손님들이 왔었어요. 제 손님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 손님들 일정과 먹거리, 자잘하게 필요한 것들에 온 신경을 써야 했고 혹시나 말실수나 행동에 실수할까 싶어서 긴장하면서 지냈어요. 그 와중에 제 마음속에는 외로움도, 서운한 마음도, 지침도, 예민함도 자리했지만 그래도 중요한 손님들이기에 '평소처럼 일한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대접하고 챙겼어요.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에는, 달달한 마들렌과 갓 토스트 한 크럼펫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꿀과 버터를 올린 따끈한 아침 메뉴로 시작해서 손님들을 위해 문밖까지의 배웅을 마지막 일정으로 짧고도 긴 한 주가 끝났어요. 그렇게 텅 빈 집에서 앉아 혼자 앉아서 커피 한잔을 홀짝이는데 그제야 '아차-' 싶더라고요.
'난 요즘 도대체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었지?'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손님들이 나간 자리를 대강 정리하고, 소주와 맥주(저희 집 고양이들 이예요)의 밥을 챙겨주는데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저도 슬슬 배가 고프더라고요. 아침에 손님들 대접하고 남은 음식이나 어제 먹던 찬밥을 데워 먹을까 싶다가, 이렇게 한 주 내내 고생한 나 자신에게 뜨신 밥 한술 못 해주겠나 싶어서,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바로, 뜨끈뜨끈하고 맛있는 솥밥이요.
샐러리 표고버섯 무쇠솥밥
이 솥 밥은 제가 온라인에서 아는 한 지인분이 매번 버리거나 육수 우리는 데에만 쓰던 샐러리 잎을 튀김으로 드시거나 말려서 샐러리 소금이나, 이렇게 샐러리로 솥 밥을 하는 팁을 공유해주셔서 만들게 되었어요.
일단, 샐러리 잎을 잘 씻어서 햇볕에 3일~5일 정도 말려줍니다. 호주에는 한국처럼 조밀조밀한 양파망이 없는 관계로 저는 예전에 귤을 사면서 남겨둔 귤 망을 썼어요. 그렇게 잘 말린 샐러리를 소금물에 살짝 데쳐 준 뒤, 물기를 빼줍니다. 그리고 샐러리 데친 물에 마른 표고버섯, 다시마를 넣고 식혀줍니다. (이렇게 채수가 완성!) 쌀을 깨끗이 씻어서 이 육수에 넣고 쌀을 불려준 뒤, 데쳐둔 셀러리 잎과 함께 밥을 하면 됩니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무쇠솥 밥을 샐러리와 표고버섯이 잘 어우러지게 고슬고슬한 밥알이 뭉게지지 않게 한 주걱을 크게 뜬 뒤에 들기름을 쪼르륵 부어주고, 양념장을 곁들여서 올렸어요. 크게 한술 떠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는데 갓 한 밥의 따뜻한 온기, 쫄깃한 표고버섯의 식감과 샐러리의 향이 더해져서 입 안 가득 따뜻함이 퍼지는 게 '이게 밥심이구나-' 싶더라고요.
한국에서 할머니 생각나면 한 번씩 밥집 가서 먹던 곤드레밥 생각도, 엄마가 해주시던 어릴 때 직접 말려서 해주시던 시래기 된장 주먹밥 생각나 혼자 훌쩍이면서 금세 두 그릇을 비웠어요. 별 반찬 없어도 맛있는 밥 하나로만으로도 기분 좋고 든든한 솥 밥.
밥이 보약인지 그렇게 밥을 먹고 나니 조금씩 힘이 나서 집도 치우고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저 자신만을 위해, 내가 먹고 싶은 따끈한 솥 밥 해 줄 수 있는 나이도, 마음도 가지고 살고 있으니 참 다행이고 감사하죠.
스스로에게 따뜻한 솥 밥 한술 뜨게 해주는 여유-
우리 모두 그 정도는 스스로에게 해 주려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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