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마음을 담아 만드는 건강한 빵
자양동 깊숙한 곳.
번화가의 느낌보다는 아파트와 시장, 낮은 상가들이 공존하는 조용한 동네에 가면, 파란 색감이 예쁜 빵집 하나가 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가기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발길을 자처하는 동네 빵집 뺑드램.
뺑드램은 불어 빵(Pain)과 어린아이를 상징하는 어린양(Lamb)의 합성어로, 아이들에게 먹이기 좋은 건강한 빵을 만드는 마음을 담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뺑드램에서 판매하는 빵의 이름에는 '아빠가 만든 피자빵', '엄마가 좋아하는 단팥빵' 등 유독 가족이 많이 등장하고, 쉐프님의 아들인 '지호'의 이름을 딴 빵도 있다. 이름뿐만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적어 놓은 빵 설명에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를 숨겨 놓았어요' 등 아이에게 몸에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네 특성 상 뺑드램에는 아기와 함께 오는 엄마들이 많다. 늘 먹던 빵 인양 거침없이 빵을 집어 드는 아이들부터 엄마 품에 안겨 시식용 빵을 받아먹는 어린아이들까지. 월령도 다양하고 취향도 제각각인 꼬마 손님들이지만 빵을 입에 넣고 미소 짓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는 이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만든다. 믿고 먹는 빵, 믿고 먹일 수 있는 빵이란 생각에 제품을 고르는 나의 손길에도 망설임이 없어진다.
버터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무작정 좋은 재료만 넣는다고 해서 사랑받을 수는 없는 법. 뺑드램은 가장 중요한 '맛'도 좋다. 쟁여 놓으면 든든한 담백한 식빵은 그냥 먹어도 토스트를 해도 맛있고, 조리빵에 대한 연구도 끊이지 않는 곳이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맛깔난 조리빵도 많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 깜빠뉴이다. 일반적으로 깜빠뉴하면 거친 식감의 시골빵을 생각하지만, 뺑드램의 깜빠뉴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유명 빵집에서 오랜 기간 일하셨던 쉐프님이 만드시는 빵들은 탄탄한 기본기에 신선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하는데, 사용되는 부재료가 재밌다. 무화과, 크랜베리&호두는 기본이고 고구마, 밤, 팥, 콩 등의 우리 농산물, 더 나아가 치즈케이크까지- 편견없는 조합을 몇번 만나다 보면 거칠게만 느껴졌던 깜빠뉴가 순식간에 다가가기 쉬운 데일리 빵이 된다.
차곡차곡 쌓은 적립금으로 빵을 여러 번 바꿔먹었을 정도로 뺑드램을 애용한 내게, 뺑드램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주문한 빵을 기다리며 잠시 앉아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어린아이를 안고 들어오셨다. 당시 둘째 아이의 탄생을 앞두고 있던 쉐프님께서는 아이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며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꿀이 떨어지는 듯한 애정 가득한 눈빛. 두 아이의 아빠이기에 가능한 그 눈빛을 보며 '저 마음이 담겨 빵들이 이렇게 맛있구나'싶었고, 좋은 곳에 선물할 때나 아이가 있는 집에 빵을 사갈 때면 자연스레 뺑드램을 찾게 되었다.
모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법의 단어인 '가족'. 어디에나 사용될 수 있고, 판매의 도구로 활용하기 쉬워 감성팔이의 수단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 단어를 사용하는 곳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적어도 내겐 뺑드램이 그중 하나다.
담백한 하드빵의 세계가 궁금하지만 도전이 마냥 어려울 때. 건강한 빵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약간의 일탈이 필요할 때 좋은 뺑드램. 다가오는 주말, 한강 나들이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빵쇼핑도 코스에 넣어보시길 추천드린다.
(+ 식빵을 즐겨드신다면 여덟가지 잡곡식빵을 만나보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물 식빵이랍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