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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Jan 22. 2019

주간 ㄱㄷㅎ 1-2

7.

휴가 2일차에 돌입.

아침 7시부터 호텔 조식 뷔페를 5접시 먹고 체크아웃 시간까지 편히 쉬다가 나와서 시내 구경을 잠깐 하고 집에 돌아왔다. 처음 해외 여행을 했을 때만 해도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많이 보고 많이 먹으려고 애썼는데, 지금은 여행을 가도(국내이지만) 좀 여유있게 돌아다니는 편이다. 과거에 그랬던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그럴수록 여행이 고행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달까.

다시 오기 힘든 외국이라고 해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여행을 편히 즐길 수 없다. 차라리 덜 보더라도 좋은 감정이나 기억을 남기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서 여유 있게 여행을 하자고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다. 

버스 시간이 좀 남길래 아바이마을의 간이해수욕장에서 가만히 바다를 30분 정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8.

한동안 연차 없이 회사에 다니다가 주말껴서 이틀을 더 쉬니 무척이나 긴 휴가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회사에 다닐 때 늘 좋지 않은 어깨가 며칠 쉬었다고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을 보면...

내 휴가 내가 쓰는 거긴 하지만 연차제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9.

업무가 바뀌며 매주 루틴하게 해야 하는 업무의 양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휴가를 하루 쓰는 것도 부담이 된다. 내가 없는 동안 해야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처리해주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쌓인 일을 다음 날 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도 월화 이틀을 쉬어서 수요일에 많이 바빴다.

특히 금요일마다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게 가끔은 무척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막상 하고 나면 별 일은 아니긴 하지만...) 부서나 업무의 변동이 있지 않는 한 당분간은 이런 루틴으로 일을 해야하는데, 은근하게 받는 부담과 스트레스가 꽤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회사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에 비할 것은 못 되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니까 돈을 주지, 라는 친구의 말을 새삼 떠올렸다.

10.

회식으로 오랜만에 집에 늦게 갔다. 11시 반쯤 끝나서 택시타고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좀 넘은 시간. 다시 출근하기 위해 씻고 눕는데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사실 회식이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은 편이긴 하지만(월 1~2번?) 그나마도 가끔은 벅찰 때가 있다. 회식 한다고 편하게 먹고 마시는 것도 아니고, 얼굴 붉어지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사실 대학 졸업 전에 운좋게 취직했던 첫 회사를 그만 둔 가장 큰 이유가 회식과 사내 문화 때문이었다. 1금융은 아니었지만 2금융권 은행에 취직했었는데, 타이틀만 보고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좋아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군대보다 더 꽉 막힌 사내 문화가 너무 힘들었다. 줄무늬 양말 신는다고 혼나고, 주당 2~3번씩 회식하고... 회식도 어찌나 늦게까지 하던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와이프라고 말하는 상사가 나와 둘만 있을 때는 노래방 가서 도우미를 부른 얘기를 신나게 하는 것을 보면서, 여긴 더 이상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선배의 모습이 곧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저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금융권이다보니 돈은 잘 모아서 다들 집 2채씩은 있긴 했지만, 알다시피 돈이 전부는 아닌 거다. 엄마는 가끔 열받게 그때 계속 다니지, 같은 말을 하지만 그만두고 난 이후 단 한번도 그만둔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후회같은 걸 잘 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11.

갤럭시 S7을 쓴지 2년 7~8개월쯤 되었다. 별 문제 없는 한 오래 쓰고 싶었는데, 얼마 전부터 액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세 정보를 찾아보다가 최근 좀 싸졌다고 하길래 회사를 마치고 국전에 들렀다.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갤럭시 S9+로 갈아탔다. 

(국전은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집에 와서는 다시 세팅하고 어쩌고 하는데 시간이 벌써 새벽 1시. 가지고 논 것도 아니고 전의 핸드폰에 있던 데이터를 옮기고, 어플을 받고, 은행 어플 등록하고 등등 꼭 필요한 일을 했는데도 그렇게 됐다. (심지어 다 한 것도 아니었다.) 

어쨌건 새로운 스마트폰을 쓰니까 정말 좋았다. (전의 핸드폰은 조악한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다만 세팅을 하면서 느낀 게, 이젠 정말 스마트폰 없이는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는 아닌데 정말로 많이 불편할 것 같다. 은행만해도 스마트폰 어플을 쓴 이후로는 대출 이외의 볼일로는 가본 적이 딱히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문명의 이기가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줄 것 같다고 믿으며 살고 있는데, 스마트폰 이후 더 영향력 있는 물건이 무엇이 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12.

우연히 한 모임에서 알게 되어 몇 번쯤 방문했던 이태원의 아주 맛있는 피자집이, 종각으로 이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피자인데, 그 피자집은 개인적으로도 손에 꼽는 맛집이다. 하지만 이태원에 자주 가지 않아서 자주 방문을 못해 늘 아쉬웠었는데, 내가 자주 가는 종각으로 이사를 가주니 무척 좋다. 

피자는 여전히 정말 맛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그 식당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먹는데야 손님이 없으니 좋지만, 영업 걱정이 좀 되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3시 경이었지만 위치도 좋은 편이고 매장이 넓은데 손님이 1테이블도 없는 것이 좀 이상했다. 다 먹고 나갈 때까지 아예 손님이 없었음.



당장 손님이 없어도 앞으로라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왔는데, 나와서 보니 그날 종일 데이트 하는 내내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이 없었다. 아마 미세먼지 수치가 아주 나쁜 날이다보니 그랬던 것 같았다. 여튼 밥 먹고 차 마시고 미사도 갔다가 교보문고 구경도 좀 하고 집에 돌아오는 전철을 탔는데, 평소에는 결코 앉을 수 없던 전철에도 앉을 자리가 있어 편히 앉아서 집에 돌아왔다.  

숨쉬기 좀 찝찝할 정도로 공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주말에 사람이 없는 서울 시내를 거닐어 본 것이 참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13.

지난 추석 때 집에서 일(농사를 지어서 밤 줍는 일을 도와드림)을 돕다가 손을 찧어, 오른손 새끼 손톱의 가장 윗부분에 흠(?)같은 게 생겼다. 

시간이 지나고 손톱이 자라며 그 흠은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손톱을 깎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흠의 일부를 깎아낼 수 있었다. 약 4개월 동안 이렇게 손톱이 자라서 흠이 아래까지 내려왔다는 게, 별 일 아니지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매일 똑같은 나라고 생각하지만, 손톱조차 어제와는 다르다.

매형은 셋째 조카가 부쩍 자라 더 이상 집에 아기가 없다며 아쉬워 한다는데, 빨리 나이를 먹는 건 조카들 뿐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서른 넷이 되었다. (한국식 나이)

(*어쩐지 이번 주 일기는 좀 맥빠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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