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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Nov 06. 2019

주간 ㄱㄷㅎ 4-3

15.

오랜만에 연락한 친한 친구가 굉장히 좋은 직장(유명하고, 월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가 잘 된 이야기를 들으면 막연히 부러워지는 게 사실인데, 이 친구의 얘기를 듣고는 딱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면 그 친구가 이직을 위해 정말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이직은 요행이나 행운이 아니었다. 평일과 주말의 시간을 쪼개가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오랜 시간을 노력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노력 끝에 이직에 성공했기 때문에, 친구의 이직에 축하의 마음은 들었지만 부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가 운 좋게 로또에 당첨되었다거나 하면 질투나 시샘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친구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더 좋은 몫을 차지했기 때문에, 내가 한 생각은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와 좋은 영향 뿐이었다. 나 또한 정당한 노력을 통해 어떠한 대가를 받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




16.

상사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다. 그 내용 자체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만약 긍정적이었다고 해도 기분은 좋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너는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수직적이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기분이 나쁘다. 한국에 있는 어떤 집단이든 위계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은 그것이 너무도 피곤하고 나를 압박한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17.

올해의 독서 목표는 주당 1권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계산을 해보니 한 권 정도가 밀려 있는 상황이라 읽고 있던 책을 바트게 읽어 치웠다. 400여 페이지나 되는 두터운 책이었으나, 다행히도 내용이 인상깊고 재미있어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영국의 비디오 저널리스트 수 로이드 로버츠가 쓴 <여자 전쟁>이라는 책이었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라고 하여 영상 작품도 보고 싶어 유튜브에서 작가의 이름을 쳐보니, 그가 제작한 영상이 여러 건 나왔다. 그 중 몇 개를 틀어 보았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제작된 영상이었지만, 저자의 목소리에 담긴 힘이 느껴져 영상을 한참동안 보았다. 이런 목소리를 사람이었기에 그리도 강단이 있는 책을 쓸 수 있었구나, 쉽게 납득이 되어서 새삼 깊이 감동할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은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8.

너무도 바쁘고 피곤한 하루였다.


회사에서 진급자 교육이 있어 사무실이 아닌 교육장으로 바로 출근을 했다. 진급자 교육에서 평소에 마주치지 않았던 회사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니 큰 피곤함을 느꼈다. 나는 낯선 사람들과도 곧잘 말을 하는 편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소모하는 타입이다. 그렇게 종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쓸데 없이 힘을 주고 노력을 하다보니 교육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온 몸에서 진이 빠졌다. (나 자신이 소모된 느낌?) 차라리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더해 며칠 전부터 목이 부어 있는 것 같았는데(편도선이 약한 편), 종일 말도 많이 하고 건조한 교육장에 있었더니 이것도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다행히 교육장 근처에 8시까지 하는 이비인후과가 있어서 6시에 교육이 끝나자 마자 가서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타왔다. 


여기에서 오늘 하루 일정이 끝나고 집에 가서 쉬면 좋으련만, 오늘은 회사 부서의 회식이었다. 정식 회식은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빠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회사 근처로 다시 돌아갔다. 원래도 술은 잘 안 먹긴 하지만, 몸도 안 좋아서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아서 회식 자체는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밤 늦게(약 11시)까지 있는다는 것 자체가 무척 피곤했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자리에 누웠는데, 어쩐지 종일 피곤하게 지냈던 덕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얕게 선잠에 들어 두어 번쯤 깨니 알람이 울리기 조금 전 시간이었다. 어차피 잠도 잘 오지 않는 것 같아 바로 일어나 그냥 조금 일찍 출근했다. (하루 일을 안 해서 쌓인 일도 많았고)




19.

늦은 나이(33살)에 처음으로 종교를 갖게 되면서 뜨뜻 미지근한 신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일 미사는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편이긴 하지만, 그 외 활동은 특별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독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인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다음 주에는 피정을 가보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어영부영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해보는 시간들이 참 재미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혼자였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들을.


퇴근 후 집에 와서는 부활절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며 블로그에 글을 정리해봤는데, 정리하다보니 신앙심이 조금은 더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종교에 있어서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무척 중요하다. 믿음은 어쨌든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며, 믿음 그 자체가 신앙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종교를 갖게 된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성(지식) 또한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부활절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 자체가, 나의 신앙심과 믿음(감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아기 신자로, 배워가는 입장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새로운 것 하나를 배워가는 데에도 감사의 마음이 드는 것이 좋다.




20.

낮에 광화문에 갔는데 오늘따라 유독 친박 집회 사람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세월호 5주기를 맞아 특별히 설치해 놓은 전시관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세월호 특별법 관련 서명을 받고 있던 유가족으로 보이던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여자친구와 함께였기 때문에 순간 아차 싶었지만, 욕은 이미 내뱉은 후였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은 몇 번이나 한 적이 있었지만, 활개치는 친박 집회 사람들 꼬라지가 싫어 일부러 서명을 한번 더 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찌 이런 나라에 태어나서 이런 꼴까지 당해야 하는지... 정말 화가 났다. 


그러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저녁에는 부활 성야 미사를 참석하기 위해 명동성당에 갔다. 8시에 미사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내가 도착한 7시부터 이미 대기 줄이 성당 수용 인원을 넘어선 듯 보였다. 명동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은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근처 xx 성당으로 향했다. 7시 반쯤 xx 성당에 도착했는데, 그곳에도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 여자친구와 함께 앉을 자리는 있었다. 미사 또한 시작하기 전이어서,(8시부터 시작) 조용히 자리에 앉아 미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미사가 진행되는 내내 낮에 한 욕설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렸다. 우선 여자친구 앞에서 욕을 했다는 점 자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또한 욕을 한 것이 친박 집회 사람들의 부정한 행동때문에 한 게 아니라, 그냥 내 안의 화를 주체하지 못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진 게 아니라,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내가 싫게 느껴졌다.


부활 성야 미사는 평소의 미사보다 길게 1시간 30~4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그 시간 내내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거룩한 마음과, 내가 뱉은 말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에 사이에서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미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도 이렇게 감사하고 좋은 날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계속 자책했다.


우리는 때론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한다는 변명 아래, 스스로가 책임지지도 못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변명한다. 다 너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나 또한 그렇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1. 

어제는 비도 조금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목이 붓고 감기 기운이 남아 있어서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점심을 간단히 먹고 광화문에 갔는데, 광화문 광장 한 복판에서 사람들이 평화로운 음악(존 레논-이매진 등)을 틀어 놓고 플래시몹(?) 같은 걸 하고 있는 듯 보여 가까이 가보았다. 대략 40~50명쯤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강강수월래처럼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간단한 율동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여 여자친구와 함께 그 사이에 끼어서 노래 하나가 끝날 동안 함께 춤을 추며 평화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고 나니 어쩐지 몸이 다시 멀쩡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화와 긍정의 에너지를 받은 덕분이었는지?)


그 뒤론 여자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좋은 책들도 보며 시간을 보냈고, 여름 휴가 때 갈 여행지도 결정했다. 매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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