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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ug 23. 2017

촌스러운 내 이름

이름의 의미는 시간이 지날 수로 깊어졌다

내 이름은 해옥이다.

‘바다 해 구슬 옥‘

나는 바다 안에 구하기 힘든 옥이다. 한마디로 진주이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 나는 내 이름이 참 싫었다.

어딜 가던지 나는 내 이름을 이렇게 소개해야 했다.

“이름이 뭐예요?”

“아. 네 정해옥이요. 아! 은혜 혜가 아니고 바다 해요.”

내 이름은 그 흔한 은혜 ‘혜‘자가 아닌 왠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투박스러운 느낌의 바다

'해'였다.

거기다 끝 자는 또 옥이였다. ‘옥아~~’

지금이야 이 옥이라는 이름이 참 정감이 가지만 학창 시절만 해도 내 이름처럼 뒤에 옥이 들어가는 아이들은 찾기 힘들었다. 연예인들 중에도 중년이 훌쩍 넘은 분들의 이름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름이었다. 옥~~!!!

은진, 미진, 지혜, 향기, 은혜, 보라, 얼마나 세련된 이름들이 많은가?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내 이름은 해옥 인지.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 엄마 아빠는 왜 내 이름을 이렇게 촌스럽게 지으신 거야. 조금만 더 세련된 이름이었으면 좋았으련만.’

하지만 그게 내 이름이었다. 바꾸려야 바꿀 수 없는 이름.      

 아빠는 항상 내게 말씀하셨다.

“야. 해옥아. 니 이름이 얼마나 깊은 뜻이 있는 줄 아나? 바다 해의 구슬 옥이다. 깊은 바다 속에서 구슬 하나를 건져 냈다는 뜻이야. 엄마가 너를 낳을 때 얼마나 고생을 했니. 둘 다 죽는다고 했잖아. 근데 니가 무사히 태어난걸 보고 아빠가 그렇게 지은 이름이야. 니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 해야 되.”


엄마는 나를 가졌을 적 임신 중독증에 걸리셨다고 했다. 안동 군 중에서도 시골 풍산면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던 엄마는 나를 나을 때 쯤 되어서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엄마의 상태가 안동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말을 듣고 그 어렵던 시절 택시를 타고 서울의 한 병원까지 데려 왔다고 했다. 친정 식구, 시댁 식구 다니던 교회에서 까지 모두가 엄마와 나를 위해서 기도했다고 했다.

둘 다 죽을지 모른다는 병원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모두들의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엄마 말에 의하면 정신을 잃었다가 잠시 정신이 들어 힘을 줬는데 뭔가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간호사를 불러서 확인해 보니 내가 나와 있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덤으로 받은 인생이었던 것이다. 2.6 키로 그람의 작은 무게로 태어난 나는 정말 엄마 아빠에게는 깊은 대서양 바다 앞에서 주운 작은 진주와도 같았을 것이다.     

내 이름은 그런 이름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름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난 자주 내 이름을 생각한다. 남들이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이름. 엄마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깃든 내 이름.      

외국에 오면서도 나는 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물론 가끔 내 이름이 너무 어렵다며 불평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괜찮다. 왜냐면 내 이름은 하나이니까.

외국 친구들이 내 이름의 뜻을 물을 때면 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있지. 사실 내가 태어날 적 우리 엄마는 ......”     

이제는 이야기가 있는 내 이름이 참 좋다.

좀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해 보이면 어떤가? 이름 속에 내가 있고 이름 속에 엄마와 아빠가 존재하는 걸.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네. 정해옥 이예요. 바다 ‘해’자에 구슬 ''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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