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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r 18. 2022

명품보다 값진 엄마의 선물


“해옥아. 너 뭐 필요한 거 없나? 있으면 미리 이야기해. 내가 사놓을게.”

엄마는 내가 한국에 나갈 때가 되면 꼭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애들 팬티 좀 사줘요. 여긴 팬티가 좋은 게 없어요.”

“그래. 알았어. 좀 이따 오후에는 팬티 사러 신 시장 좀 가봐야겠네.”

엄마는 우리가 한국 가기 몇 달 전부터 우리 가족의 속옷과 양말을 사놓았다. 

한국에 가서 시댁에 들리고 급한 볼일들을 보고 난 후에서야 친정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날도 우리는 밤 아홉 시가 넘어가는 시간 집에 도착해 엄마가 준비한 저녁 먹고 잠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거는 배 서방 꺼야. 브랜드보다 싸고 질도 좋아.”

엄마는 신 시장에서 사 온 양말 뭉텅이를 꺼냈다. 신사 양말 열 개가 노란 고무줄에 묶여 있었다. 검은색 봉지 안에는 같은 디자인으로 묶여있는 아이들 양말도 있었고 내 팬티도 있었다.

“이게 시장표 면 팬티인데 질이 참 좋아.” 

엄마는 속옷부터 시작해서 입기만 해도 시원하다는 냉장고 바지, 도톰한 잠바까지 엄마의 침대 위에는 많은 것들이 늘여져 있었다. 모두 딸 가족을 주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마음에 드는 옷들도 있었지만 가끔은 내촌스러워 보이는 옷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의 선물을 받았다. 

“옥아. 이건 어떠니?” 엄마는 시장 가게 아주머니한테서 싸게 산거라며 만 원짜리 바지를 보여 주셨다. 그것뿐 만이 아니었다. 이모에게 받은 화장품이며 엄마는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사람처럼 내게 엄마의 것들을 보여주었다. 

“엄마. 엄마는 뭐 딸내미 다 주고 뭘 쓸려고 그래?”

“나야. 여기서 사면되지. 들고 갈 수 있는 거는 다 들고 가.”

멀찌감치 앉아서 모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빠가 어느새 옆에 와서 거들었다.

“야. 해옥아. 원래 딸은 예쁜 도둑이라고 했어. 니네 엄마도 외갓집 가봐라. 외할머니가 챙겨주는 거 다 가지고 온다. 원래 그런 거야.”

나는 검은 봉지 두둑이 챙겨 놓은 엄마의 선물을 바라봤다. 

이만큼 주고도 뭐 하나 더 줄 것 없나 서랍 구석구석을 찾는 엄마의 뒷 모습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시렸다.

자질 구리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엄마의 선물은 내게 어떤 명품 브랜드 보다 값졌다.

나는 언제쯤이면 엄마의 이 사랑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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