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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보다 값진 엄마의 선물

by 모두미


“해옥아. 너 뭐 필요한 거 없나? 있으면 미리 이야기해. 내가 사놓을게.”

엄마는 내가 한국에 나갈 때가 되면 꼭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애들 팬티 좀 사줘요. 여긴 팬티가 좋은 게 없어요.”

“그래. 알았어. 좀 이따 오후에는 팬티 사러 신 시장 좀 가봐야겠네.”

엄마는 우리가 한국 가기 몇 달 전부터 우리 가족의 속옷과 양말을 사놓았다.

한국에 가서 시댁에 들리고 급한 볼일들을 보고 난 후에서야 친정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날도 우리는 밤 아홉 시가 넘어가는 시간 집에 도착해 엄마가 준비한 저녁 먹고 잠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거는 배 서방 꺼야. 브랜드보다 싸고 질도 좋아.”

엄마는 신 시장에서 사 온 양말 뭉텅이를 꺼냈다. 신사 양말 열 개가 노란 고무줄에 묶여 있었다. 검은색 봉지 안에는 같은 디자인으로 묶여있는 아이들 양말도 있었고 내 팬티도 있었다.

“이게 시장표 면 팬티인데 질이 참 좋아.”

엄마는 속옷부터 시작해서 입기만 해도 시원하다는 냉장고 바지, 도톰한 잠바까지 엄마의 침대 위에는 많은 것들이 늘여져 있었다. 모두 딸 가족을 주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마음에 드는 옷들도 있었지만 가끔은 내촌스러워 보이는 옷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의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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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아. 이건 어떠니?” 엄마는 시장 가게 아주머니한테서 싸게 산거라며 만 원짜리 바지를 보여 주셨다. 그것뿐 만이 아니었다. 이모에게 받은 화장품이며 엄마는 가진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사람처럼 내게 엄마의 것들을 보여주었다.

“엄마. 엄마는 뭐 딸내미 다 주고 뭘 쓸려고 그래?”

“나야. 여기서 사면되지. 들고 갈 수 있는 거는 다 들고 가.”

멀찌감치 앉아서 모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빠가 어느새 옆에 와서 거들었다.

“야. 해옥아. 원래 딸은 예쁜 도둑이라고 했어. 니네 엄마도 외갓집 가봐라. 외할머니가 챙겨주는 거 다 가지고 온다. 원래 그런 거야.”

나는 검은 봉지 두둑이 챙겨 놓은 엄마의 선물을 바라봤다.

이만큼 주고도 뭐 하나 더 줄 것 없나 서랍 구석구석을 찾는 엄마의 뒷 모습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시렸다.

자질 구리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엄마의 선물은 내게 어떤 명품 브랜드 보다 값졌다.

나는 언제쯤이면 엄마의 이 사랑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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