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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y 12. 2019

아이와 오믈렛

나의 작은 도움이 누군가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후덥지근한 더위가 내 안으로 훅 하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여기저기를 봐도 사람들로 가득 찬 이곳. 인도에는 소도 많고 여행할 곳도 많지만 가장 많은 것이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남편과 잠시 떨어져 각자의 일을 보기로 하고 나는 은행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홍콩 마켓이라 불리는 시장을 지나서 한참을 걸어가자 은행이 나왔다. 은행에 막 들어서려고 할 때 7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남자가 나를 보며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인도의 은행에는 경비원이 서있기 때문에 난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자 아이에게 돈을 찾을 수 없다는 시늉을 하고 은행 안으로 들어왔다. 유리문으로 들어온 나는 입출금기 앞에 서있었다. 아이는 유리문 밖에서 계속 나를 보며 돈을 달라고 했고 아저씨는 빨리 가라며 유리문 안쪽에서 아이를 쫓고 있었다. 은행 안에서 나는 유리문 밖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도 나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인도에는 돈을 구걸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참 많다. 시골에서는 오히려 찾아볼 수 없고 도시나 기차역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가난한 그들에게 구걸은 동정을 사서 돈을 버는 일종의 직업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한 명을 도와주다 보면 그 모습을 보고 여러 명이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은 모른척하고 지나간다.

자주 그런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사람들의 마음이 차가워서 인지 몰라도 인도에서의 구걸하는 것은 너무나 흔해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다시 가방을 뒤졌다. 작은 지폐 돈 10루피를 꺼내서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자기의 길을 갔다. 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은행에서 마무리하고 다시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였다.

은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길거리 음식점에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는 아저씨가 준비하는 오믈렛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저씨의 요리가 끝나자 10루피를 내고 오믈렛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인도에 살면서 여러 번 사람들에게 돈을 준 적은 있지만 그 작은 돈이 정말 그들에게 필요하게 쓰이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러기엔 그들도 너무 바빴고 나도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돈이 모두 나쁜 깡패들에게 전해진다 하였고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대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 닫혀 있었는지 모른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배려가 내게 부족했을 것이다.


작은 리어카 음식점에서 아저씨가 오믈렛을 만든다.

작은 리어카 음식점에서 맛있는 오믈렛 냄새가 난다.

작은 리어카 음식점 앞에 서 있던 아이가 침을 꼴깍 삼킨다.

작은 리어카 음식점 앞에서 아이가 세상 맛있는 오믈렛으로 허기를 채운다.

작은 리어카 음식점을 지나가던 나도 그 오믈렛 냄새를 맡는다.

은행 앞에 리어카 주인아저씨도 고맙고 오믈렛도 고맙다.

그리고 오믈렛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의 모습도 참 고맙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다짐한다. ‘더 자주 더 친절하게 도와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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